[인터뷰] “퇴원 환자 일상 복귀 위해 ‘사회적 치료’ 제대로 받아야” 김은숙 부산대병원 의료사회복지사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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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회복지사 부울경 본부장 역임
35년간 환자 1만 5000여 명 지원
지난달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받아
복지사 전문성 발휘할 여건 조성을

어떤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지만, 어떤 환자는 그렇지 않다. 환자 본인의 질병뿐만 아니라, 심리·경제적 어려움이나 거주 환경, 가족관계 등 병원 바깥의 문제가 환자의 일상 복귀를 어렵게 하는 때도 많다. 그럴 때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털어낼 수 있게끔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모색하고 연결하는 사람이 있다. 의료적 치료 외에 일상 복귀를 위한 ‘사회적 치료’를 맡는, 의료사회복지사다.

지난 2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만난 공공보건의료사업팀 김은숙 의료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와 의료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로 의료사회복지사가 있다”며 “환자가 퇴원 후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치료비 지원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장기요양 등급 판정, 아동학대 사건 지원, 사회공헌, 장기기증 상담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올해로 35년째 병원에서 환자들을 돕고 있는 김 복지사는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부울경본부장, 자격관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의료사회복지사 제도 정착에 기여해왔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19회 사회복지사의 날 기념식에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복지사는 그동안 환자 약 1만 5000여 명을 지원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사람이 신체적으로도 약해졌을 때 만나 도움을 주다 보니, 극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경우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15년 전 지하철역에 쓰러진채 발견된, 주민등록이 없던 한 청년이다. 산속에서 나물을 뜯으며 살았던 청년은 앞서 한 차례 길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건강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못 받고 다시 쓰러졌다. 급히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건강보험도 들어 긴급한 치료는 했지만,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소문 끝에 20년 전 연락이 끊긴 청년의 친모를 찾아줬고, 청년은 그의 도움으로 치료를 마쳤다.

비록 가족과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으나 청년은 수급비를 모아 자립했고, 병원에서 그를 눈여겨본 한 보호자의 소개로 가정도 꾸렸다. 김 복지사는 “스승의 날마다 연락이 온다”며 “이렇게 퇴원 후 지역사회 일원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료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이 있는 사람이, 의료기관에서 1년간 수련을 마쳐야 자격이 생긴다. 의료적 지식도 필수다. 한 번은 병원의 재활치료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치료하지 않고 학교도 보내지 않으며 방임한 보호자의 거짓말을,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반박하고 의료진에게 상황을 설명해 아이가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운 적도 있다.

2018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돼 의료, 정신보건, 학교와 같은 특수 분야 사회복지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인식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의료법에 따라 종합병원에서 사회복지사를 두고 있지만, ‘1명 이상’ 외에 별다른 조건이 없어 홀로 근무하는 이들도 많다.

김 복지사는 최근 의료와 지역사회의 연계에 초점을 둔 정책이 늘어나는 만큼, 의료사회복지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김 복지사는 “최근 의정갈등의 영향으로 2차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데, 사회복지사 홀로 일하며 과부하가 오는 경우도 있다”이라며 “재택의료시범사업 등 정책에서도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다면 보수교육 등의 방식으로 복지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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