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교 60주년 맞은 한일, 정상회담 첫 단추 잘 꿰어야
미중 패권 갈등에 양국 협력 필요성 커져
과거 넘어 미래 지향 실용 외교 물꼬 트길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캘커리 한 호텔에서 열린 캐나다 총독 내외 주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오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뒤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당초 한일 회담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 중요 현안 때문에 일찍 귀국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의 중요도는 한층 커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 이념을 벗어나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일 공조’라는 큰 틀 안에서 가장 실용적인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한 첫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일은 올해로 수교(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한일 수교 협정은 1965년 6월 22일 서명됐다. 반대 시위가 거셌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며 수교를 강행했다. 한국과 일본은 일제 강점으로 인한 불편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한국의 반일 정서는 여전히 강하다. 한일 관계는 미묘한 과거사 문제를 다루면서 현재와 미래를 향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복잡한 성격을 띤다. 더욱이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원칙적 대응을 하고, 경제·안보 협력 등엔 실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투 트랙’ 대응 방침을 밝혀온 만큼 오늘 회담에 쏠린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 정상 회담에 임하는 양국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 대통령은 16일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기념행사에 보낸 영상 기념사를 통해 “양국이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가자”라고 제안했다. 취임 이후 이시바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도 19일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수교 60주년 리셉션에 참석한다. 소셜미디어 엑스에 한글로 ‘이재명 대통령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일이 새 시대를 열 것인지를 두고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초강대국들의 패권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한층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국제 관계 긴장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협력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은 서로 협력할 경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서로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정학적 동질성은 물론 경제나 과학기술 측면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무척 많다. 현재 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도 비슷하고, 여행 등 상호 교류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물론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한일 정상이 과거사를 넘어 미래 지향적인 실리 외교의 첫 결과물을 제대로 도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