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자락에서 첫 애플망고… 편견 깬 산청군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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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온 높은 해안가 인근 생산
지리산 자락서 첫 재배·수확 ‘눈길’
아열대 기후 확산…재배 가능해져

산청군 신안면 문대리 박종원 씨 농장에서 애플망고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산청군 신안면 문대리 박종원 씨 농장에서 애플망고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지리산 산자락에서 아열대 작물인 '애플망고'가 처음으로 수확돼 눈길을 끈다.

애플망고는 국내에서도 일부 재배되고 있지만 재배지는 남부지방 해안가 위주였다. 그러나 일교차가 큰 산간지방으로까지 재배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22일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 19일 산청군 신안면 문대리 박종원 씨 농장에서 첫 애플망고 수확이 이뤄졌다.

이날 수확 현장에는 이승화 산청군수, 김수한 산청군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변화대응 신소득 작목 육성지원사업 성과평가회’도 함께 진행됐다.

이들은 애플망고 첫 수확을 축하하며 직접 생산한 애플망고와 수입산 망고를 비교 시식하고 재배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산청군의 애플망고는 나무에서 후숙 과정을 거치다 보니 수입 과일보다 훨씬 맛있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왔다.

박 씨는 “산청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고 수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큰 모험이었지만 산청군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서 도전했고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애플망고는 대표적인 아열대 작목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국내에서도 조금씩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여 농가가 재배 중인데 대부분 기온이 연중 온화한 남부지방, 특히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

나무에서 후숙과정을 거친 국내산 애플망고는 수입산보다 훨씬 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나무에서 후숙과정을 거친 국내산 애플망고는 수입산보다 훨씬 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런 상황에서 박 씨는 2023년 산청 애플망고 재배에 도전했다. 신소득 작목 발굴에 나선 산청군의 지원을 받아 군비 1억 5000만 원 등 3억 원을 들여 재배 시설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애플망고 나무를 구매해 시설하우스 안에 심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원래 묘목을 심으면 적어도 4~5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수확이 가능한데, 박 씨는 5년생 이상 애플망고 나무를 심으면서 수확 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었다.

특히 박 씨의 도전이 큰 의미를 갖는 건 지리산 산간지방의 기후를 극복하고 열대과일의 수확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애플망고는 9월에서 12월 사이 꽃이 피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이때 기온이 10~20도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은 10월이면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겨울에 눈도 많이 내려 재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까지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지리산 자락의 날씨는 되레 큰 도움이 됐다. 비교적 손쉽게 재배 기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다 1월 이후에는 일조량까지 좋아 생육이 원활했다.

이번 지리산 애플망고의 수확이 성공하면서 향후 열대과일의 재배가 애플망고 재배가 중부 내륙 지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산청군 관계자는 “국내에 애플망고 재배 농가는 일부 있지만 아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게 생소한 환경에서 재배가 이뤄진 건데 좋은 성과를 냈다. 다른 지역은 무더위 탓에 애플망고 품질 관리에 애를 먹었다. 앞으로 기온이 계속 오른다면 산청 애플망고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포장된 애플망고 모습. 꾸준한 수확과 함께 판로 확보가 과제다. 김현우 기자 포장된 애플망고 모습. 꾸준한 수확과 함께 판로 확보가 과제다. 김현우 기자

첫 수확에 성공한 박 씨는 이제 시설하우스 별로 수확시기를 조절해 꾸준히 애플망고를 수확하고 유통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산청군 역시 애플망고 판로 확보 등 추가 지원에 나섰다. 올해까지 8개 농가 2.8ha 규모 아열대 작목 생산 기반을 조성하고 애플망고, 만감류 등 아열대 원예작물 재배를 위한 시설하우스 설치와 묘목 구입비, 주요 생육기별 양액.환경관리 기술 현장 컨설팅을 지원한다.

현재 산청에는 애플망고 1.9ha를 비롯해 바나나 1.3ha, 레몬 0.2ha, 시설블루베리 0.9ha 등 아열대 작목 재배지가 조성돼 있다.

이승화 산청군수는 “아열대 작목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농가교육과 현장 컨설팅 등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속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지역에 적합하고 농가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 도입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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