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후폭풍… 부산 3시간 이상 환자 이송 121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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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7건서 지난해 급증
1~2시간도 2935건→4698건

지난해 2월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타 지역 2차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2월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타 지역 2차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에서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데에 3시간 이상 걸린 경우가 121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집단행동 여파로 신속한 환자 이송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인데, 환자와 보호자들은 물론 일선 소방서 구급대원들도 고충을 호소했다.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구급대원 환자 이송은 10만 1380건이었다. 그중 환자 이송에 3시간 이상 걸린 경우는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12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월평균 10번꼴로 3시간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이다.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 걸린 경우도 116건에서 397건으로,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 걸린 경우도 2935건에서 4698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송 시간 급증 배경은 전공의 집단행동이다. 119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관 3명이 1개 조로 편성된 구급대가 현장으로 출동해 환자를 이송한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은 부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전화로 미리 수소문한다.

의료파업 당시 인력 부족으로 대학병원은 신규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경우 중간급 규모의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대학병원보다 진료 과나 인력이 더 적은 한계 때문에 이곳들도 환자 수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동래소방서 수안119안전센터 관계자는 “환자 한 명을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많게는 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며 “평균적으로도 4~5군데 전화를 걸어야 겨우 환자를 병원에 연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 파업으로 갈 곳이 없어진 환자도 있다. 남부소방서 대연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약물 중독의 경우 병원이 강제로 환자를 수용하도록 순번제를 만들어 놨는데, 의료 파업이 시작되며 이 제도가 없어졌다”며 “약물 중독 환자는 이제 정말로 갈 병원이 없다”고 밝혔다.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하면 응급 환자는 구급차 뒷좌석에서 대기해야 한다. 소방 대원이 병원 상황을 전달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수용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소통이 어려운 고령층은 소방대원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손찌검을 하기도 한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답답해하시거나 화내시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중간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다”며 “올해는 환자를 빠르게 병원에 이송하는 소방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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