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향한 작가의 고민
부산작가회의, 8일 집담회 개최
한국·지역별 작가회의 순회 행사
부산은 서울, 대구 이어 네 번째
문학 기능과 네트워크 활용 고민
지난 8일 열린 부산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집담회 모습. 부산작가회의 제공
작가라는 존재는 참 예민하다. 시대의 아픔,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글로 쓴다. 문학작가 윤설은 “예민한 사람들은 세상을 움직인다. 평범한 눈에 잡히지 않는 작은 문제들까지, 그들은 더 깊이, 더 예리하게 본다. 그들의 세심함 덕에 새로운 변화가 싹튼다. 예민하다는 것은 환경에 대한 진정성의 증거이며 결코 대충 살지 않으려는 힘 있는 분들이다”라며 예민한 작가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물결을 설명했다.
부산작가회의와 한국작가회의, 민주주의와문학연구소는 지난 8일 부산 중구문화원에서 ‘더 많은 정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집담회를 열었다. 작가단체가 민주주의와 정의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지역의 작가회의와 전국작가회의는 이 같은 제목으로 올해 벌써 네 번째 집담회를 열고 있다. 그만큼 진심으로 진지하게 이 행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작가회의는 지난해 12월 3일 불법적인 계엄 선언과 내란으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걱정하며 수차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집담회는 지난 4월 시작해 4·5월은 서울에서, 6월은 대구에서 열렸고, 부산이 네 번째 장소가 되었다. 앞서 집담회에선 민주주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부 세력의 의도가 어떻게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며 극단적 의견으로 확산하는지 성찰했고, 윤리와 정의라는 감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문학과 현실 사회를 지켜나가는 법이 가치를 함께 공유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부산에선 한국작가회의 평론분과위원장인 남승원 평론가와 부산작가회의의 정훈 평론가가 발제했다.
남승원 평론가는 70년대 이후 전개된 민주화 운동부터 광주민주화운동, 한국자본주의의 성격 등에 대해 설명한 후, 네트워크로서의 국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타협적 균형이 파국을 맞거나 정치적 제도의 효율성이 붕괴하면 자본주의 국가는 개방성과 민주성이 줄어들고 강제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를 막으려는 방법으로 자주적인 개개인 또는 상위 단위가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율적으로 연계하고 외부 환경과도 협력한다면 네트워크의 응집체인 국가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 즉석 발언자로 참가한 김지숙 시인은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원동력이 문학의 역할이다. 더 자주 만나며 연결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남승원 평론가의 네트워크 국가론에 의견을 덧붙였다.
정훈 평론가는 참된 글쓰기와 글쓰기의 목적에 관한 내용을 전달했다. 문학은 현실에서 통용되는 말을 비틀고, 흠집을 내고, 숨기고, 생색내면서 인간 사회의 추악한 풍경과 표정을 응시하여, ‘초월’적인 지점에 닿으려는 글의 궤도에 눈길을 돌려야만 한다. 문학의 초월성은 옮음과 바름의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끝내 민주와 정의를 위한 지혜와 실천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사람의 염원을 그러모아 이끄는 글의 기능 가운데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자유 발언에서 김지녀 시인은 지역 문학의 현실과 활성화 방안을 말했다. 김지녀 시인은 “지역 활동 작가의 출판 지원금은 이번 민생소비쿠폰의 지급 방식처럼, 수도권에서 멀수록 조금 더 지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수립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지역을 떠난 작가의 회귀 또는 작가의 지역 내 새로운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지역 문학잡지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 전국 단위에서 읽히도록 의미있는 지역 잡지의 기획특집이나 일정한 실천 등을 적극 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작가협회 김요아킴 회장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갈 미래의 민주주의와 전망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져야 한다. 작가회의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문학인이 고민의 시간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섯 번째 집담회는 11월 7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