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관심 높은데…민족 문학, 시조 위상이 흔들린다
이광 시조 시인, 정책 제안
시조가 사라지는 현실 토로
활성화 정책 구체방안 건의
"중요성 인정 관련 부서 검토"
부산시조시인협회가 지난달 개최한 제41회 전국시조공모전 시상식. 부산시조시인협회 제공
“겨레의 노래, 시조를 지켜주세요!”
부산의 이광 시조 시인이 사라지는 시조 문학을 지키기 위해 신문고를 울렸다. 최근 이 시조시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설치한 모두의 제안 게시판에 ‘시조문학의 위상 정립을 위한 정책 제안’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제안 글은 먼저 민족 문학이자 겨레의 노래인 시조가 한국에서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한다. 시조는 고려말에 그 형식이 갖추어진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이며 일제강점기에도 민족의 얼이 담긴 시조 부흥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가람 이병기 선생을 비롯해 걸출한 시조 시인들이 등장하며 고시조는 현대 시조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조 경연대회가 생길 정도로 외국인도 한국 시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조의 원조인 우리나라 상황은 완전히 반대이다. 자유시에 밀려 초, 중,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시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몸이 죽고 죽어~”로 시작되는 고시조 한두 편만 알뿐 대부분 학생은 현대시조를 아예 모른다.
부산 이광 시조시인이 대통령 직속 모두의 광장에 시조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올린 정책 제안. 화면 캡처
이 시조 시인은 정부가 2가지의 정책을 시행해 주길 요청했다. 첫째, 시행령을 제정해 교육방송 혹은 공영방송에 시조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해달라는 것이다. 국악 방송이 있어 국악은 저변 확대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시조 역시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시조에 관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의 정형시인 하이쿠를 적극 지원해 이젠 외국 학교들의 정규 교과 과정에 하이쿠가 실리고 있다.
두 번째, 학생들의 국어 교과서에 현대 시조를 실어 달라고 요구했다. 서양의 자유시가 문단 주류가 되며 시조는 소외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교육의 최종 목표가 대입 수능 시험이 되며 지금까지 수능에 한 번도 출제된 적이 없는 현대시조는 학생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다.
부산시조시인협회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제5회 시화전 '온천천 시조로 물들다' 행사 모습. 부산시조시인협회 제공
다행히 희망은 있다. 부산시조시인협회가 진행하는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시조 창작반이 벌써 10여 년째 진행 중이며 매년 반이 찰 정도로 시조의 명맥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있다. 또 부산에서 유일하게 범일초등학교가 특별 활동으로 시조 수업을 진행 중인데 학생들의 참여도가 대단하다.
범일초등학교 시조 수업 강사로 참여하는 부산 정희경 시조 시인은 “아이들은 단어 수에 맞춰 초장 중장 종장 3줄로 끝나는 시조가 자유시보다 훨씬 쓰기 재미있다고 말한다. 실제 아이들이 쓴 시조를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재치 있다. ‘숏폼’이 인기를 끄는 요즘 시대에 시조는 오히려 트렌드에 맞는 글쓰기가 될 수 있다. 좀 더 많은 부산의 학교들이 시조 수업을 개설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부산시조시인협회 최성아 회장은 “지역별 시조시인협회가 있는데 그 중 부산협회가 단연 활동이 가장 많다. 부산시조시인협회가 운영하는 부산교대 시조반을 통해 매년 새로운 회원들이 들어오며 각 지역 신춘문예와 문예지 등단이 이어지고 있다. 협회 회원들이 신입 회원들과 멘토-멘티로 묶여 시조 창작을 돕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 시조 시인의 정책 제안은 중요성을 인정받아 현재 관계 부서로 넘어갔으며 어떻게 정책적으로 지원할지 검토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부산시조시인협회도 가을에 시작될 시민 대상의 시조 창작반 수업 준비에 한창이다. 부산에서 시작될 시조 살리기 운동이 어떤 결실을 볼지 기대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