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인멸 우려”… 특검 수사받은 김건희 여사 구속
서울중앙지법 12일 구속영장 발부
주가 조작 혐의 등 여러 혐의 받아
특검 수사 시작 42일 만 신병 확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민중기 특검팀이 청구한 김 여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 피의자 거실에서 대기하다 영장 발부로 구치소 생활을 시작했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도 있다.
김 여사 구속은 증거 인멸 우려와 범죄 중대성을 부각한 특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민중기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 우려를 다각도로 부각했다.
특검팀은 여러 증거 인멸 정황을 제시해 김 여사 구속 필요성을 적극 소명했다. 특히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품’을 제시해 김 여사 진술 신빙성을 흔들었다.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 방문 당시 착용한 목걸이를 특검팀은 서희건설에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 사건 등 3개다. 김건희 특검법상 16개 수사 대상 중 물적 증거와 진술이 상당 부분 축적돼 상대적으로 혐의를 입증하기 쉬운 사건으로 꼽힌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수사를 시작한 지 42일 만에 김 여사 신병을 확보하면서 최대 고비를 넘게 됐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여러 기업에서 184억 원 투자금을 끌어모은 ‘집사 게이트’ 의혹 등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내란 특검에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상태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