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하단선 15번째 싱크홀 원인 '맨홀 우수관 누수'
토사 유실 지반 침하로 추정
싱크홀 원인 제각각 불안 커져
난잡한 지하 매설물 정비 선행
지난 12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정문 앞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의 유력한 원인으로 맨홀 우수관 누수가 지목됐다. 이날 싱크홀에서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는 모습. 독자 제공
속보=지난 12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에서 발생한 싱크홀(부산일보 8월 13일 자 1면 보도)의 유력한 원인으로 맨홀 우수관 누수가 지목됐다. 지난 3년간 15번의 싱크홀이 발생하는 동안 주요 원인으로 맨홀 우수관 누수가 추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부산시와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싱크홀 발생 이후 3개 기관이 조사를 벌인 결과 싱크홀 옆 맨홀 우수관에서 물이 샌 사실이 확인됐다. 부산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을 두고 우수관 누수와 함께 인근 상수도관에서도 누수가 있었을 것으로 봤으나, 상수도사업본부는 사고 지점에 설치된 2개의 상수도관은 2023년에 새로 조성돼 파손 가능성은 작다고 추정했다. 관계 기관들은 우수관 누수와 함께 지반 침하 가능성도 열어 두고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사상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주말부터 많이 내린 비로 토사가 유실돼 지반 침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싱크홀의 원인이 우수관 누수로 추정되면서, 15차례나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틀 사이에 연달아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은 각각 하수 박스와 통신시설 연결부의 장기간 누수, 노후 측구(배수로) 지하수 유입이었다.
지난해 9월 사상~하단선 2공구 시점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시공사의 부실 공사 탓이었다. 당시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은 흙막이 가시설 공사에서 토사 붕괴 방지 말뚝을 설치하지 않고 기준에 맞지 않는 배관을 설치하는 등 상당수의 규정을 위반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지하 매설물이 난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추가 싱크홀 발생 방지를 위해서는 공사 구간 일대에 제대로 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과학기술대 첨단공학부 정진교 교수는 “부산시는 노후 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국가적으로는 미국·유럽처럼 지하 깊은 곳에 큰 터널을 만들어 상하수도, 통신선, 가스관 등을 한꺼번에 넣어야 싱크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13일 사고 현장 주변에 대해 지표투과레이더(GPR) 긴급 탐사를 실시해 지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사상구청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 도로 복구 공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현장에는 안전 조치가 마무리돼 누수는 없는 상태이며, 싱크홀 발생 전인 12일 오전 10시께 새벽시장에서 일어난 단수 문제도 같은 날 저녁 해결됐다. 주민과 상인들의 통행을 위해 싱크홀 발생 지점 위에는 철판 임시 통로가 설치됐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