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검찰 개혁' 로드맵 도출한 당정대… 추석 전 ‘검찰청 폐지’
이 대통령 제동에 여 속도전 일단 ‘숨고르기’
추석 전 정부조직법 처리로 ‘불가역 장치’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TF 출범, 상법 개정 우려 대응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개혁 기조와 관련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에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 했다”며 21일 검찰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당 신임 지도부 간 만찬 이후 검찰개혁 등 과제에서 당정일치 기조가 재강조되는 모양새다.
다만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선 처리하고, 구체적인 후속 개혁작업은 그 이후에 ‘차분하고 꼼꼼하게’ 진행하는 일종의 ‘단계적 개혁’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석 전 개혁 완수’를 목표로 속도전에 힘 싣던 여당이 정부의 제동으로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은 추석 직전인 오는 9월 25일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일단 먼저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중대범죄수사청 신설·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법안)을 추석 전 본회의에서 모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민감한 쟁점 사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지지율 하락을 비롯해 예민한 검찰개혁이 졸속 처리될 경우 국정운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일단 정부조직법 입법으로 검찰개혁의 시동을 걸어 불가역적인 상태로 만든 후 여론을 반영해 순차적 단계를 밟는 것으로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졸속 추진 우려’를 반영해 정 대표가 공언한 ‘추석 전 개혁 완수’ 시간표가 한층 늦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대해서 정부조직법을 9월 내에 처리하겠다”며 “본회의가 9월 25일에 예정돼 있어서 그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부 내용은 당정 간 조율을 추가로 거칠 계획이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둘지 법무부 산하에 둘지까지는 어제 정리하지는 않았다. 방향을 정리하고 시기에 대한 조율을 한 것”이라며 “나머지는 9월에 빠르게 정리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정리가 안 됐다”며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속도감에 끌려서 갈 문제는 아니다”라고 한 최고위원은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이 강조한 ‘추석 전 개혁 완수’ 기조에 비해 한층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검찰개혁뿐 아니라 민주당이 후퇴 없이 추진하던 다른 개혁 행보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배임죄 등 경제형벌의 합리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면서 원내에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즉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따라 배임죄 소송 확대에 대한 재계 우려가 커지자 이에 대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