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무승부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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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한 롯데는 7월까지만 해도 잘 나갔다. 리그 3위를 굳게 지켰고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90% 이상 끌어 올리며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5일 KIA전 패배를 시작으로 10연패 했다. 20일 현재 리그 4위로 떨어졌고, 가을야구 진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10연패는 2003시즌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그런데 롯데의 경기 결과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최근 11경기를 했는데 10연패란다.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무승부는 팀 성적에는 의미가 없다. 프로축구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 해당 팀들이 승점 1점씩을 나눠 갖지만 프로야구에서는 그렇지 않다. 팀 순위 결정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승률 계산에서 제외된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일 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승차(야구의 순위에서 앞선 팀과 뒤처진 팀의 간격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무승부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무승부를 없는 경기 처리한다. 물론 선수들의 개인 기록은 인정된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11회까지 연장전에 돌입하고 그 이후에도 승패가 나지 않으면 무승부 처리한다. 일본프로야구도 우리와 비슷하다. 무승부를 승패기록에는 포함시키지만, 승률 계산엔 반영하지 않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우리와 다르다. 미국은 무승부가 없다. 끝장 승부다. 무제한 연장 승부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반드시 승부를 낸다. 한때 1박 2일 경기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1박 2일 경기는 보기 어렵게 됐다. MLB는 2020년부터 규정을 바꿔 정규시즌에 한해 연장전에 돌입하면 2루에 주자를 배치하고 이닝을 시작하는 승부치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승부치기를 도입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팀 성적에 의미 없는 무승부 제도를 없애자는 이야기다. KBO리그에서도 2024시즌부터 승부치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이제는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매일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매 경기 몸을 사리지 않고 임한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산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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