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탄소 감축 이중고… 푹푹 찌는 부산 구·군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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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실내 온도 민원 잇달아
전기요금 상승에 추경 진행
올해 15.2% 탄소 배출 감축
에어컨 사용 규정 변화 필요

부산 지역 한 구청 청사 내부에 에어컨 설정 온도와 전등 사용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산 지역 한 구청 청사 내부에 에어컨 설정 온도와 전등 사용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산 지역 일선 구·군 청사가 푹푹 찌는 더위에다 전기 요금 압박과 탄소 배출량 저감 이행 의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예산이 빠듯한 상태에서 탄소 배출량 줄이기 의무 규정까지 지켜야 해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해마다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어컨 사용 규제와 관련해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일 부산 16개 구·군 청사는 전기 요금 절감과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에어컨 가동을 줄이거나,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라 실내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고 있다. 지하철 객실 내부를 24도까지 유지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청사 실내 온도 관련 민원이 지자체마다 잇따르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청사 내부가 덥다 보니 민원인의 불쾌지수가 높아져 직원들의 민원 응대가 더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청사가 푹푹 찌는 데는 전기 요금과 탄소 배출량 문제가 자리한다. 부산 지역 13개 구(기장군·동래구·서구 제외) 청사는 지난 6월 전기 요금이 5월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가장 상승 폭이 큰 강서구청은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컴퓨터 대기 전력을 최소화하는 등 절약에 힘쓰고 있지만, 전기 요금이 지난 5월 약 2580만 원에서 6월 약 487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도구청과 사하구청은 전기 요금 부담이 커졌지만 예산이 부족하자 추경까지 진행했다. 영도구청은 올해 전기 요금 예산 2억 2248만 원 중 6월까지 이미 1억 4000만 원 이상을 사용해 7000만 원을 추가 확보했다. 사하구청도 에산 3억 7096만 원의 절반 이상을 소진해 3700만 원을 추경을 통해 확보했다.

일선 구·군은 탄소 배출 감축 목표도 지켜야 한다. 환경부 고시에 따라 부산 지역 공공기관은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7.4% 줄여야 한다. 올해 목표는 2018년 대비 15.2% 감축이다.

이에 각 지자체는 에어컨 가동을 줄이거나 에어컨 설정 온도를 높이는 등으로 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여름철에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탄소 감축에 가장 유효하고, 에어컨 설정 온도 1도를 높이면 전기 요금도 약 10%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가동을 줄이거나 에어컨 설정 온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기 요금과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는 관행과 비현실적인 에어컨 사용 규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이런 무더위에 청사 내부의 에어컨 설정 온도 조정으로 지자체 예산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무리가 있다”며 “LED등, 신재생 에너지 도입 등 종합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실내 적정 온도 규정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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