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첫 영케어러 지원정책 논의… “학교·병원이 조기발견 최적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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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 간담회… 학교·병원 연계한 조기 발굴 목소리
부산 최대 5만 4000명 추산 “연령 확대·제도적 장치 마련 과제”

지난 20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시 영케어러 지원정책 마련을 위한 정책간담회. 손희문 기자 지난 20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시 영케어러 지원정책 마련을 위한 정책간담회. 손희문 기자

속보=부산에서 ‘영 케어러(Young Carer)’ 발굴과 지원을 위한 첫 공식 논의 자리가 열렸다. 부산시·부산시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현장 지원단체들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지속적 발굴 체계와 협력 방안 마련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부산시·부산시교육청·부산시의회·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20일 오전 부산시의회 2층 중회의실에서 ‘영 케어러 지원정책 마련 간담회’를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영 케어러는 중증질환, 장애, 치매 등을 앓는 조부모나 부모의 간병과 생계 등 돌봄을 책임지는 아동·청소년을 뜻한다.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국내에선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학업이나 정서·경제적 부담이 중첩된 상황에서 자라며 성인 이후에도 고립, 실업, 빈곤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밝힌 조사에 따르면 부산시에 거주하는 청소년·청년 영 케어러는 최소 6130명에서 최대 5만 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각 기관이 추진 중인 사업을 공유하고, 제각기 흩어진 발굴체계를 연결해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2027년 3월 시행을 앞둔 ‘위기아동청년법’과 연계해 관계 법령 개정, 영 케어러 연령 범위 확대, 지원기관의 협업 구상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부터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지원 조례’를 시행 중이며, 앞으로 지원 연령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2022년부터 운영해 온 학생맞춤통합지원, 교육복지대상학생 파악시스템, 학업중단 위기학생 지원 등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영 케어러 발굴과 연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간담회에서는 학교와 병원이 영 케어러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학교·교육사회복지사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상황을 직접 살피고 공유하며, 조부모의 진료에 손자가 혼자 동행하는 사례 등을 병원 간호사실 등을 확인해 발굴할 수 있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간담회를 주최한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서지연 의원은 “발굴의 핵심 주체인 부산시와 교육청뿐 아니라 병원·사회복지관 등과의 촘촘한 연계를 통해 영 케어러를 지속적으로 발굴·지원할 수 있는 협약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20대 영 케어러 당사자 2명도 참석해 발언했다. 한 참석자는 “내가 처한 고통을 누군가 알아봐 주면서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며 “간병과 생활 지원은 물론 신체·정신 건강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부산연구원은 부산시의 의뢰로 부산 영케어러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지원 대상 확대와 발굴 채널 다각화 등을 세부 추진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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