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식재산권 파워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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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에서 창업한 월트 디즈니는 1928년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를 탄생시켰다. 미키마우스는 그해 ‘증기선 윌리’라는 7분 20초짜리 애니메이션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1933년 시카고 엑스포에서 미키마우스가 새겨진 상품이 최초로 전시됐다. 미키마우스는 전 세계 캐릭터 라이선싱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미키마우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그동안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다. IP 활용 분야는 영상 콘텐츠 제작, 방송 프로그램, 완구·의류·문구와 같은 상품 개발과 판매 등이다. 이 회사는 미키마우스 등 IP를 활용해 의류 회사, 유명 유통사와 협업을 진행했고, 지난해 약 620억 달러의 상품 판매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라이센서(지재권자) 1위에 오른 것이다.

일본은 상당수 애니메이션을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통해 제작한다. 위원회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원작 만화를 가진 출판사, 굿즈 제작사, 유통·광고회사가 들어가 있다. 이들은 여기서 제작비 충당, 제작 과정 감독, 제작 완료 뒤 IP 사업 전개 논의를 한다. 비용을 분담하거나, 흥행이 안 될 경우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크다. 제작위원회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IP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아니라 일본 기업이 가져간다는 장점도 있다. 헬로키티를 보유한 산리오와 포켓몬스터를 보유한 포켓몬 컴퍼니는 IP를 활용해 지난해 120억 달러와 84억 달러의 상품 판매를 각각 기록했다. IP 파워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가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IP 가치가 최대 1조 원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영화와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인기에 힘입어 굿즈, 재상영, 속편, 뮤지컬 등 무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K팝을 배경으로 삼은 ‘케데헌’이 K컬처 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지만, 우리나라는 ‘케데헌’이 불러올 거대한 파생 수익과는 무관하다. 이 작품의 IP를 넷플릭스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의 권리와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점한 상황과 비슷하다. 글로벌 IP의 경제적 파급력이 큰 만큼, 우리도 원천 IP를 확보하는 산업적 전략이 필요하다.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를 통한 수익모델 확장, IP 주권 펀드 조성, 글로벌 플랫폼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 한류 열풍이 글로벌 수준의 지식재산권 양성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장기 전략과 정책을 세워야 할 때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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