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생길라’ ‘밥줄 끊길라’… 원청도 하청도 ‘노란봉투법 걱정’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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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노사 갈등 확대 고민
중기는 원청 거래선 변경 우려
직접 고용·원청 공동 교섭 촉구
법안 의결 되자마자 ‘요구’ 봇물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의결을 두고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 없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주로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은 법안 의결 하루 만에 직접 고용 요구를 받거나 고소전을 맞딱뜨리며 노사 갈등 확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대기업 하청기업인 중소 규모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원청업체들이 해외로 거래선을 바꾸거나 자회사를 차려 직접 제품을 조달할까 봐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공동 교섭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선박 1대를 건조하면 용접 도장 배관 등 수많은 공정에 수십~수백 개 협력업체가 관여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미 우려는 현실화됐다.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에 공동 교섭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용, 임금, 휴가 등 원청과 맺지 않은 근로계약 개선을 요구하는 사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는 원·하청 구조 붕괴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1차 협력사만 370여 개, 2~3차 협력사는 5000개가 넘는다. 현대차·기아 노조와의 임단협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에서 협력사까지 책임져야 할 경우 제대로 된 경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 부과 등으로 철수설이 나돌고 있는 GM 한국사업장의 헥터 비자레알 대표는 최근 고용노동부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 같다”며 한계 상황에 도달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청업체인 자동차부품업계 역시 우려가 크다. 한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원청, 하청 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조직의 슬림화와 관리의 효용성 때문인데 노란봉투법으로 원청 책임이 강화되면 하청을 둘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을 빌미로 기존의 거래선이 망가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원청과 하청 구조에 묶여 있어 원청이 거래를 중지하면 당장 ‘밥줄’이 끊어지는 구조다.

지역 건설업계 역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인 대기업 시공사 등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문제 해결을 원청에 직접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고 양대노총 건설노조 소속인 경우가 많아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청 분업 구조가 뚜렷한 철강업계 역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마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며 현대제철에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7일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현대제철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고소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1900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제철은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13일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한 46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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