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끌어올린 트럼프 ‘폭탄 발언’… 단순 기선제압용? [한미 정상회담]
회담 직전 내란 특검 겨냥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 돌발 메시지
이 대통령 회담서 ‘팩트’ 제시하자, ‘일어날 법한 일 아냐” 수긍
특유의 기선제압 전략 해석…다만 정성호 “워싱턴 이 대통령에 왜곡된 느낌”
트럼프, ‘마가’ 진영 측근들의 현 정부 부정적 인식 영향 받는다는 해석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그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시작부터 얼어붙었다. 예기치 못한 돌발 메시지도 대통령실도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기선제압용 메시지 성격이 강하지만, 핵심 지지층인 소위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영향력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 3시간을 전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며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숙청 또는 혁명이라는 단어 언급은 한국 내 내란 특검 수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재판에 대한 뜻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일정인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해당 글의 작성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새 정부가 최근 며칠 동안 교회에 대해 매우 잔인한 단속을 벌이고 심지어 우리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군사 기지 정보 수집은 내란 특검이 최근 경기 평택시 오산 미군 기지 내 한국 공군 중앙방공통제소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거론한 것인데, 국내 일부 윤석열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음모론적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군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하는, 국회가 주도하는 특검에 의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팩트 체크’를 해줬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에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제가 듣기에는 한국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며 본인이 한국 특검 상황에 대해 오해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회담을 마칠 때쯤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등 극과 극의 태도를 보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의 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결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워싱턴의 지도자들이 지금 민주당 정부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상당히 왜곡된 느낌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오래 전부터 받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 여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핵심들의 기본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트럼프에 영향력이 큰 마가 진영의 인플러언서 로라 루머는 한국의 대선 당일인 6월3일 소셜미디어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장악하고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글을 올렸고,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크 플린도 “한국 대선의 부정선거는 중국 공산당에만 이로울 것”이란 주장을 펼치는 등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워싱턴DC=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