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찾아주자" SNS 달군 응원 릴레이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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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가족 실종" 사연에
1만 3000여 명 SNS로 호응
자원봉사대 수색·드론 투입
잇단 도움의 손길 '신풍속도'

실종된 반려견 ‘호랑이’. 견주 강예진 씨 제공 실종된 반려견 ‘호랑이’. 견주 강예진 씨 제공

부산 수영구에서 반려견을 잃어버린 한 여성의 호소에 부산 시민 2000여 명이 대대적인 자원봉사대를 꾸리고 수색에 나서고 있다. SNS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도 반려견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동여고 앞 지인 집에 자신의 반려견 호랑이를 맡겼던 강예진(29) 씨는 “강아지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국 방문길이었던 강 씨는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강 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반려견 찾기에 나섰다. 강 씨는 SNS에도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반려견 사진을 올리고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며 “게시물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씨의 글은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미 한 차례 버려진 경험이 있는 반려견이 또 버림받았다고 생각할까 봐 마음이 아프다는 심경을 표현한 글이 주목을 받았다. 게시물의 댓글에는 “견주의 체취가 묻은 물건을 실종지 곳곳에 놓아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랑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게시물을 공유해 두겠다”는 등 응원과 조언이 쏟아졌다.강 씨의 개인 계정은 팔로워 수가 200여 명에서 약 1000명으로 늘었고, 반려견 전용 계정 팔로워는 30명에서 1만 3000명으로 급증했다. 반려견을 찾는다는 게시물은 최대 3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SNS를 본 시민들은 반려견을 찾기 위한 자원봉사대를 꾸렸다. 2200명의 봉사자들은 카카오톡방에 모여 수색 방법이나 수영구 인근 황령산 수색, 주민 전단지 배부, SNS 제보 취합 등을 함께 하고 있다. 구청·유기견 보호소 신고, 현수막 게시, 야산 수색, 열화상 드론 투입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강 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반려견 찾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수영구 내 길이란 길은 모두 누볐고, 남구 대연동과 문현동도 샅샅이 뒤졌다. 폭염 속 황령산에서도 수색을 이어갔다. 야산에서 잠복을 하기도 하고, 주말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황령산을 탐색했다.

강 씨가 반려견을 위해 모든 것을 건 이유는 반려견이 그의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강 씨는 2016년 어머니를 여의었고, 이듬해 할머니까지 돌아가시며 혼자 남았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1월 강 씨는 유기견보호소 SNS를 둘러보던 중 호랑이의 사진을 보고 알 수 없는 강한 인연을 느껴 그를 가족으로 맞았다. 반려견은 강 씨가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강 씨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도움과 희생에 힘을 얻고 있다. 강 씨는 “호랑이의 소식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며 “일면식도 없는 저와 제 반려견을 위해 아낌없는 도움을 준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하루하루 용기와 희망을 찾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쫑긋한 귀와 말린 꼬리, 긴 다리를 가진 흰색 강아지를 보면 꼭 제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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