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도맡은 아들, 홧김에 아버지 살해…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
부산고법, 징역 3년 선고한 원심 파기
“가족이 지속적 선처 탄원한 점 고려”
지적장애 2급, 아버지 홀로 간병해 와
부산고법 청사. 부산일보 DB
자신이 10년 정도 간병한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만든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아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그는 아버지에게 “게임을 그만하라”는 말을 듣고 홧김에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가족이 지속적으로 선처를 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28일 부산고법 형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 A 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와 수단, 방법과 결과 그리고 피해자와 관계 등을 고려했다”며 “피해자 유족이자 A 씨 가족이 지속적으로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A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24일 부산 동구 자택에서 80대인 아버지 B 씨를 여러 차례 폭행해 사망하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지적장애 2급에 조현병을 앓은 A 씨는 2004년 누나가 취업을 하며 집을 떠나자 뇌 병변을 앓은 아버지 B 씨와 단둘이 지내왔다.
2015년 쓰러진 B 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자 A 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B 씨를 돌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A 씨는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한다고 잔소리를 들었고, 화를 참지 못한 채 B 씨에게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