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의 지속가능한 변화 위한 ‘연결’의 힘 강화돼야” 박종혁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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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자원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 강조
부산사랑의열매서 ‘나눔의 원리’ 체득
집단 커뮤니티 영향력 사업 확대 필요

“복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변화를 통해 지역이 변합니다. 그 변화를 위한 연결자 역할을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박종혁 사무처장은 지난 7월 1일 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라는 낯익은 조직에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곳은 그가 13년 넘게 몸담아온 현장이자, 그 이전부터 줄곧 사람과 조직을 연결해온 삶의 무대이다.

박 사무처장은 늘 현장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행정과 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균형감을 가져가고자 노력한다. “매일매일 다이나믹한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관련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책을 어떤 방법과 절차를 통해 행정으로 실현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이러한 그의 복지 철학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사회복지정책론과 사회복지행정론을 배우면서 사회복지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했던 그는 복지관 같은 실천 현장보다는 지원 조직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박 사무처장은 대학 졸업 후 부산사랑의열매에서 실무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곳에서 그는 복지의 또 다른 축을 보았다. 바로 ‘나눔의 구조’, 즉 기부와 배분이 단순한 자금 흐름이 아니라 신뢰와 공감의 연결 고리라는 사실이다. “기부는 단순한 돈의 흐름이 아니라, 공감과 신뢰의 흐름이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 진정한 나눔의 원리라는 걸 알게 됐죠.”

그는 6년 동안 그곳에서 모금과 배분사업, 자원봉사자 관리, 민간자원 연계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면서 단순히 ‘전달하는 복지’가 아닌, ‘연결하고 순환하는 복지’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특히 기부자와 복지서비스 이용자, 기관과 마을을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사회복지를 ‘유기적 생태계’로 보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지금 협의회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로 자리를 옮긴 뒤, 그는 과장과 부장을 거치며 조직 전반을 이해하게 됐고, 지난 7월 사무처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지금 협의회를 ‘부산의 복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 부른다. 부산 전역의 사회복지기관과 민·관이 연결되는 중간 지원조직으로서, 협의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역의 복지 기반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부산사랑의열매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집단 커뮤니티 영향력(Collective Community Impact)’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 중심의 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분업하며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집합적 사업 모델이 최근 중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요즘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는 한두 기관이 해결할 수 없다.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목표를 공유하며 협력해야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집단 커뮤니티 영향력 사업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을 지고 실행하는 모델이다.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네트워크가 정보 공유와 협업에 머물렀다면, 이 사업은 공동기획, 실행, 평가까지 함께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사업 확산을 위해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며, 지역 기업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부산사랑의열매가 든든한 지원 주체로 함께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부산은 초고령사회 진입, 1인가구의 증가, 청년 인구 감소, 지역 간 불균형, 산업기반 약화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복지 현장이 보다 발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되어 협력하는 구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또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복지는 전문가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과업입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자원봉사와 기부, 사회공헌과 같은 일상 속 작은 참여들이 생활 속에서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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