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으면 어떻게 하나
<진격하는 AI와 흔들리는 노동자> 출간
학계·현장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 담아
인공지능(AI)과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미 진부한 일이다. AI로 인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해고됐고, 할리우드 작가들은 파업을 벌였다. AI로 인한 변화 앞에 “내 일자리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이 책은 AI로 인한 노동의 변화를 관찰한 대학교수와 연구원, AI를 활용해 일을 하는 작곡가·변호사·언론사 기자, 콜센터 상담사 등 현장의 전문가 20명이 3차례에 걸쳐서 치열하게 발제하고 토론한 결과물을 정리했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이 과거의 자동화 기술과 달리 고소득·고학력 인지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할리우드의 콘셉트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이 최고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일감이 끊기는 현실이 소개된다.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일자리 내에서도 기술로 대체될 직무와 기술 덕분에 더 고도화될 직무가 공존하는 ‘구성적 변화’에 주목하며, 단선적인 논의를 넘어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 산업에서 AI가 작업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사례부터 음악 분야에서 AI 작곡 기술이 인간 창작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모습, 그리고 학계에서 연구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까지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국내 최초로 AI 전담팀을 도입했다는 한 언론사 기자는 기사를 쓸 때 AI를 활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뉴스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직은 불완전한 협업”이라고 토로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AI를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협력적 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인간-인공지능 팀 작업’의 가능성까지 심도 있게 논의한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오용과 악용을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을 다룬다. 유럽연합의 ‘EU 인공지능법’ 등 해외의 규제 동향을 분석하며, AI의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되고 미국과 중국의 G2체제나 EU와 구별되는 한국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급한 법 제정보다 더 중요한 ‘사실에 기반한 사회적 공론장’의 활성화와 ‘기술-사회 거버넌스’의 정립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불평등을 강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사회 구성원의 고른 참여를 이끄는 촉매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독자들이 막연히 AI 위기론에 갇히지 말고, AI의 가능성과 위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렇게 도출된 사회적 논제들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AI 시대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화로 이어져야 하며, 혁신적인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함을 일깨운다. 디지털소사이어티 기획/이재열·권현지 외 지음/롤러코스터/276쪽/1만 80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