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시작…한은도 10월 인하 가능성↑
한미 금리 차 줄어
환율·자본유츌 위험↓
집값·대출 안정 등은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걱정을 다소 덜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가계대출 진정세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인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 연준은 16∼17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00∼4.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잇달아 낮아진 뒤 계속 묶여 있다가 아홉 달 만에 인하가 재개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하의 배경으로 고용 둔화 등을 들었다. 그는 “이민자 변화만큼 노동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가운데 고용 수요도 급격히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도 이런 경기 우려가 반영됐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가 3.9%(6월)에서 3.6%로 0.3%P 떨어졌는데, 이는 앞으로 연말까지 0.25%P씩 두 번 정도(0.50%P)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의 통화완화 의지가 강해진 만큼,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지난 5월 이후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00%P까지 벌어졌다가 이날 1.75%P로 줄면서 환율·자본유출 압력이 다소 축소된 덕이다. 지난달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을 보면, 상당수 금통위원도 금리 인하에 따른 내외 금리 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 충격 등을 경계하며 동결을 지지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여전히 큰 만큼, 성장·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적 통화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 측면에서 우리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올해 10월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8월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이 여전히 변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27 대책 등에도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48% 올랐다. 6월(1.44%), 7월(1.09%)과 비교해 오름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한은이 집계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도 7월 말보다 4조 1000억 원 불었다. 월간 증가액이 7월 2조 7000억 원까지 급감했다가 다시 반등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