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신설 경쟁부문, 빈곤한 청춘·여성의 삶 스크린에 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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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에너지 넘치는 액션보다 감정에 집중
강인함과 경계심 조화된 배우 캐스팅
“범죄 노출된 가난한 젊은층 알리고파”

‘또 다른 탄생’
어린 딸의 눈을 통해 어머니를 보여줘
칼란다 감독과 가족들도 영화에 출연
“촬영 중 병원 신세 졌지만 끝내 완성”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BIFF 경쟁부문 기자회견에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제작진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나가타 고토 감독과 하야시 유타 배우, 모리이 아키라 프로듀서. 이지원 인턴기자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BIFF 경쟁부문 기자회견에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제작진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나가타 고토 감독과 하야시 유타 배우, 모리이 아키라 프로듀서. 이지원 인턴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처음 도입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후보작 중 두 편의 영화에 대한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일본의 사회파 범죄 서스펜스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와 타지키스탄계 미국 감독의 시적 드라마 ‘또 다른 탄생’이 연이어 소개되며 관객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빈곤에 허덕이는 일본 청춘의 초상”

기자회견장에 첫 번째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제작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사카 출신인 나가타 고토 감독은 이와이 슌지 밑에서 연출을 배우며 성장했고, 이후 ‘리틀 디제이’(2007), ‘산타 데이즈’(2014) 등 청춘과 사회 문제를 교차시킨 작품들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번 신작은 니시자와 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려진 세 명의 청년 도망자가 서로를 의지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일본 사회의 빈곤과 어두운 청춘 민낯을 드러낸다.

나가타 감독은 이 영화의 감독이 여성이라는 점을 몰랐다는 반응에 대해 “처음에는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흥미 있는 소재에 집중했을 뿐”이라면서도 “촬영을 거치며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이를 깨닫게 됐다. 남성들이 즐기는 액션의 호기심과 에너지에 비해, 나는 인물의 감정선과 심리 묘사에 더 끌렸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일본 사회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청결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젊은 세대가 빈곤에 허덕이며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며 “정작 일본인들도 이 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극중에서 주인공 마모루를 연기한 배우 하야시 유타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학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강인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그러나 친구 타쿠야와 관계를 맺으며 마모루가 겪는 행복과 상실, 그리고 내면의 균열을 끝까지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나가타 감독 역시 하야시 배우의 캐스팅 배경을 설명하며 “오디션에서 빵을 받아먹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그 순간의 헝그리 정신과 경계심이 캐릭터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고 평했다.

프로듀서 모리이 아키라는 한국과 일본 합작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에 “이재규 감독과 함께 새로운 공동 작업을 기획 중이며, 현재 시나리오 단계에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지만 함께 추진하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19일 오전 BIFF 경쟁부문 기자회견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또 다른 탄생’의 이저벨 칼란다(왼쪽) 감독과 파르조나 시린백 프로듀서. 이지원 인턴기자 19일 오전 BIFF 경쟁부문 기자회견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또 다른 탄생’의 이저벨 칼란다(왼쪽) 감독과 파르조나 시린백 프로듀서. 이지원 인턴기자

■“시와 영화가 교차하는 모성의 기록”

이어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타지키스탄계 미국 감독 이저벨 칼란다의 장편 데뷔작 ‘또 다른 탄생’이 소개됐다. 어린 시절 독립영화와 시를 접하며 성장한 칼란다 감독은 ‘더월’(2025)을 연출했으며 도하영화연구소의 후반작업 지원을 통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영화는 어린 딸의 눈을 통해 어머니의 슬픔과 여성으로서의 삶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면서, 모성과 여성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은 ‘망명’ 3부작의 첫 편으로 기획된 것으로 현재 ‘여전히,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죽음’을 작업 중이다.

칼란다 감독은 작품의 제목과 메시지를 설명하며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여자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외로움이 여성 인생의 일부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딸이 어두운 시를 낭독하는 장면은 순수한 영혼이 잔혹한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딸의 눈을 빌려 어머니의 고통을 관객에게 전하려 했으며, 시와 영화가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를 통해 모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려 했다. 또한 현지 사정으로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려워 직접 각본과 연출, 주연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전했다.

칼란다 감독은 “스태프도 여섯 명에 불과했고, 촬영 내내 병원 신세를 질 만큼 힘들었지만 오히려 고통스러운 모습이 캐릭터와 겹쳐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하며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 같았지만, 할머니와 사촌 등 가족들이 촬영에 참여해준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프로듀서 파르조나 시린백은 “이 영화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석 같은 이야기”라며 “영화의 언어는 국경을 초월한다. 이 작품이 한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특히 여성들이 느껴온 슬픔과 우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공명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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