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광석 노래 못 봤다고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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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그는 마치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우리 곁을 그렇게 떠났다. TV가 아니면 스타가 되기 힘들던 1990년대, 무려 1000회가 넘는 콘서트만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인물. 바로 가객 김광석(1964~1996)에 관한 얘기다. 1980년 민주화 시위로 온 세상이 들끓었던 시절, 그는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그의 노래는 잔잔했지만 묵직했고, 단순했지만 깊었다. 사랑과 이별, 삶과 허무를 노래한 그의 목소리는 꾸밈없고 풋풋했다. 그게 대중이 공감한 이유였다.

그가 떠난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재조명되고 있으며, 그의 인기는 시대를 넘어 오늘도 우리 곁에 머문다. ‘부치지 않은 편지’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듣는 순간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건, 그가 단지 노래만이 아닌 삶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낸 뮤지션이었다.

그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1994년 발매된 김광석 4집에 실린 곡이다. ‘일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가 함께 수록된 이 앨범은 대중과 평단 모두가 명반으로 꼽는다. 김광석 본인 역시 가장 애착을 가졌던 음반이었다. 특히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10여 년 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삽입돼 화제가 되기도 했고, 제이레빗, 이진아 등 수많은 후배 뮤지션이 리메이크하면서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명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노래는 김광석의 음악이 단순히 그 시절의 감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이야기임을 증명한다.

최근 일본 인디 밴드 ‘슈퍼등산부’가 발표한 신곡 ‘산보(山步)’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지나치게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슈퍼등산부의 공식 유튜브 댓글에는 “이건 너무 똑같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리메이크라 해도 믿을 정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슈퍼등산부 측은 일부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작 당시 김광석의 노래는 알지 못했다”며 표절 의혹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냥 우연일 뿐이라는 해명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김광석의 음악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다는 이들이 그의 대표곡과 흡사한 곡을 만들었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그의 노래가 해외에서 다시 조명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무릇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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