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목포행 완행열차
부산에서 목포로 가는 철길은 대륙 횡단 철도 수준으로 멀고도 험했다. 1990년대 운행 시간은 무려 12시간 반. 비둘기호 운행 편수가 적어 승객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부전역에서 오후에 출발한 기차는 동이 트기도 전에 목포역에 닿았다. 좌석에 앉아 밤새 뒤척이다 시내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어두컴컴한 역 광장에 내려섰을 때의 낭패감은 30년이 넘었는데도 잊히지 않는다. 현재 부전~목포는 6시간 40분으로 절반 단축됐지만, 여전히 아련한 먼 길이다. 목포행 완행열차의 추억을 떠올린 건 목포∼보성 구간이 27일 신설 개통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목포보성선이 뚫리면서 해당 구간이 1시간 이상 빨라졌고, 부산 기준 4시간 40분 거리로 좁혀졌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은 삼랑진역과 광주송정역이 공식 시종점이지만 각각 부전역과 목포역까지 계통 연결되면서 남해안 철길의 동서 끝은 사실상 부산과 목포다. 그런 점에서 목포보성선의 해남역, 강진역 등 6개역 신설은 부전역 노선망의 확장인 셈이다. 또 올 초 전면 개통된 동해선(부전~강릉)까지 감안하면 부산을 축으로 동해선과 경전선이 이어지는 U자형 철도망이 완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중앙선(부전~청량리)까지 더해져 부산은 경계가 허물어진 중심, ‘허브도시’로 전진하고 있다.
목포보성선은 복선화와 전철화는 물론, 광주송정역을 경유하지 않는 직선화 덕분에 운행 시간을 절반 줄였다. 공사가 중단돼 완공이 지연 중인 부전마산선 역시 삼랑진을 건너뛴 채 마산으로 직행할 계획이라 60분 줄어든 30분대에 도착하게 된다. 코레일에 따르면 2030년께 보성~순천 전철화 완료 후 KTX-이음이 투입되면 부산~목포는 2시간 20분 거리로 좁혀진다.
가수 장윤정은 ‘목포행 완행열차’에서 연인을 태운 막차가 떠난 뒤의 상심을 노래한다. ‘우리의 사랑(인연)은 여기까지가 끝인가요.’ 한번 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이 찢어진다. 아득한 먼 길이라서 사랑의 상처가 더 쓰라린 것이다. 구불구불한 노선을 느릿느릿 달리는 완행열차 특유의 서정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국토 남단의 동서 양끝이 2시간 대의 하루 생활권에 속하는 날을 앞두게 됐다. 노선 신설을 기념해 금요일과 주말에 해양 열차가 투입된다고 한다. 길이 뚫리면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목포행 고속열차가 남해안을 가까운 이웃으로 묶고, 새로운 인연을 싹 틔우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