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상에 화학상까지…일본 '2025 노벨상' 2관왕
생리의학상, 미·일 면역학자 3인 수상
물리학상, 새 양자역학 연구자에 영예
화학상, 금속-유기 골격체 발견 교수
열도 곳곳에선 환호 목소리 쏟아져
2025년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발표 다음날인 9일 대학 교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노벨상 주요 수상자들의 면면이 들어나고 있는 가운데, 생리의학상에 이어 화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일본에서는 열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9일(현지 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수상자가 공개됐다. 우선 올해 생리의학상은 20세기 말 선구적인 면역학 연구로 오늘날 다양한 난치병과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한 미국과 일본 과학자 3명에게 주어졌다.
노벨위원회는 ‘말초 면역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에 관한 획기적인 발견을 공로로 매리 블랑코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ISB) 수석프로그램매니저, 프레드 램스델 미국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면역학프런티어연구센터 석좌교수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올레 캄페 노벨위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왜 모두가 심각한 자가면역 질환을 앓지 않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고 평가했다.
물리학상은 새로운 규모에서 양자역학을 연구한 공로로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전기회로에서의 거시적 양자역학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에 대한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는데, 1984년과 1985년에 특정 조건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 회로를 활용해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저항이 0인 초전도체 사이에서 얇은 절연층을 삽입한 ‘조셉슨 접합’ 구조를 구현하고 전류를 흘려보냈다.
고전물리학에 따르면 에너지 장벽에 갇힌 입자는 장벽을 넘어갈 수 없지만, 이 시스템은 마치 벽을 통과하듯 장벽을 뚫고 나가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보였다. 또 연속적인 값이 아닌 사다리처럼 띄엄띄엄 떨어진 특정 값의 에너지만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에너지 양자화’ 특성도 보였다.
조셉슨 접합을 기반으로 한 초전도 회로는 미래 전략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만드는 핵심 기술의 원형이 됐다.
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만든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M.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가 수상했다. MOF는 금속 이온을 유기 분자로 연결해 만든 골격 구조로, 내부에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있어 이 구멍을 통해 다른 분자들이 드나들거나 흡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MOF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속 주인공 헤르미온느의 가방에 비유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겉보기에는 작지만 내부 공간이 무한에 가까워 온갖 크고 중요한 물건들을 숨기거나 보관할 수 있는 헤르미온느의 가방처럼 MOF 역시 다공성 덕분에 겉보기와 달리 엄청나게 넓은 내부 표면적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상의 수상자에 일본인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면서 열도에서는 환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사카구치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던 이달 6일과 마찬가지로 기타가와 교수의 노벨화학상 수상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 가장 위쪽에 발빠르게 배치했다. 요미우리와 아사히는 6일에 이어 8일에도 호외를 발행했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의 노벨상 관련 기사에는 묵묵히 기초과학 연구를 이어온 사카구치 교수와 기타가와 교수에 대한 찬사를 담은 댓글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