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캄보디아발 납치·감금 신고, 정부 부랴부랴 수사 속도
부울경서도 캄보디아발 납치 신고 잇따라
국제 공조 등 특단 대책 마련 필요
지난 11일 캄보디아 국영 AK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기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 기소 했다. 이들은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부울경 지역에도 캄보디아발 납치·감금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신고가 이어지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캄보디아 범죄 피해자 신속 송환을 지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도 SNS를 기반으로 피해자들이 모집되고 있고 현지 수사 인력도 태부족이어서 국제 공조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초 50대 남성 A 씨가 캄보디아에 간다고 말한 뒤 5월 중순부터 연락이 두절됐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A 씨가 가족에게 캄보디아의 한 건물에 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을 했고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시기 ‘20대 남성인 지인이 캄보디아에 납치돼 있다는 연락이 왔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지인에게 연락한 B 씨는 지난 5월 초 베트남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국경이 맞닿아 있다.
캄보디아를 탈출한 뒤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25일에는 20대 남성 C 씨가 경남경찰청을 찾아 캄보디아에서 감금됐다가 탈출했다고 신고했다.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던 C 씨는 ‘캄보디아 카지노에서 일하면 일주일에 3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출국한 뒤 범죄 조직에 감금됐다가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려 탈출 후 귀국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C 씨 사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캄보디아 관련 납치·감금 의심 신고는 143건에 달한다. 이 중 91건은 피해자의 신변이 확보됐으나 52건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경찰은 실종자 대다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제안받고 출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NS 텔레그램 등에서는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가담자를 모집하기 위한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숙식 제공 등을 미끼로 한국인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하고 있다.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이들이 감금·폭행 상황 속에서 보이스피싱 연락책에 가담하고 범죄 조직 자금 세탁을 위해 국내 통장 명의를 빼앗기는 등의 육체적, 금전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캄보디아발 납치·감금 사건과 관련해 15일 국정원, 경찰, 외교부가 참여하는 합동대응팀을 현지로 급파한다. 또한 경찰은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에는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의 한국 경찰 인력만이 활동 중이라 급증하는 납치·감금 범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캄보디아발 한국인 납치 신고가 220건이었고 올해 들어선 지난 8월까지 330건이었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캄보디아발 납치·감금 사태는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이 ‘고수익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넘어갔다가 중국 조직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에 감금돼 폭행과 고문을 받고 숨지면서 공론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무엇보다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사건에 연루된 국민은 신속히 송환해야 한다”고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