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장루·요루장애인 전용 세척기’ 설치
부산장애인종합회관 5층
남녀 전용 화장실에
장루·요루장애인 삶의 질 향상 기대
부산장애인종합회관 5층에 부산 최초로 장루·요루장애인 전용 세척기가 설치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시설은 부산에서 처음 마련된 사례로, 그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장루·요루장애인을 위한 복지 인프라가 한층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세척기 설치는 한국장루장애인협회 부산지부가 설립된 지 30년 만에 이뤄진 쾌거다. 특히, 기존의 남녀 공용 화장실이 아닌, 남성용·여성용 각각의 전용 화장실에 전용 세척기가 마련되면서 장애인 편의성 면에서 큰 진일보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업은 서울 잠실교회와 사단법인 러브트리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들 단체는 장루·요루장애인을 위한 세척기 총 2대를 기증하며 사업 추진에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또한,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 등 관계자들은 시설 설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힘을 보탰다. 이들의 노력과 협업이 모여 이번 세척기 설치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었다.
현재 서울 지역에는 10여 곳에 장루·요루장애인을 위한 전용 세척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이에 반해 부산에서는 이번 설치가 지역 내 첫 사례로,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변화로 평가된다.
장루·요루장애는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장애 유형이다. ‘장루’와 ‘요루’는 각각 장과 방광 기능이 손상되어 수술적으로 배변 또는 배뇨를 위한 인공적인 통로를 개설한 상태를 의미한다. 장애인복지법은 장루·요루장애인을 ‘배변기능 또는 배뇨기능의 장애로 인해 장루나 요루 시술을 받아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장루·요루장애인 수는 총 1만 7397명, 이 중 부산 지역 등록 인원은 1216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전용 시설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장루·요루장애인의 가장 큰 불편함은 기본적인 생리 현상인 배변과 배뇨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일반 화장실은 물론, 기존의 장애인 화장실도 이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 있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어왔다.
이번 설치를 주도한 한국장루장애인 부산지부 최연옥 사무국장은 “장루·요루장애인들은 장애 특성상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조차 밝히지 못하고, 사회에서 위축돼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세척기 설치가 이들이 조금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전용 시설이 앞으로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 공공장소에도 더 많이 확충돼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편의 시설 설치를 넘어, 장루·요루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과 장애 친화적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장애유형은 총 15가지이며, 유형마다 불편의 양상과 정도는 모두 다르다. 때문에 특정 장애를 ‘더 불편하다’거나 ‘덜 불편하다’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장루·요루장애는 이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일상생활의 기본조차 유지하기 힘든 매우 실질적인 어려움을 동반하는 장애 유형이다.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서, 사회적 공감과 정책적 배려라는 두 축을 함께 구축해야 가능한 일이다.
부산의 이번 장루·요루장애인 전용 세척기 설치는 단순한 한 시설의 완공을 넘어, 장애인 복지의 사각지대를 채우는 소중한 첫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향후 부산시가 더욱 포괄적이고 세심한 장애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