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파고’에 부산 중기 타격… 대미 수출 ‘절반 급감’ 217곳
올 8월 부산 기업 중 16% 수출액
지난해 동기보다 50% 이상 줄어
부울경 지역 합치면 401곳 달해
4월부터 미국 고관세 부과 영향
철강·알루미늄·차 부품 직격탄
수출바우처도 소진돼 지원 제한
수출 다변화와 가격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부산 중소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부과로 수출액이 급감했다. 지난 7월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 연합뉴스
지난 4월을 시작으로 부산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철강과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서, 대미 수출 부산 기업 중 16%가 작년 대비 대미 수출액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 달리 수출 다변화가 어렵고 가격 협상력도 약해 관세 타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추가적인 관세 발표로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조기에 소진돼 기업들은 제도적 지원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부울경 중소기업 401개 사 수출 급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누계) 대비 지난 8월(누계) 대미 수출 감소율이 50% 이상인 부산 중소기업은 217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부산 기업 전체의 약 16.5%에 이른다.
가장 큰 수출액 감소를 보인 품목은 레일·철구조물, 기계요소, 주단조품 순이다. 대부분 부산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들이다. 부산의 대미 수출품목은 관세 영향이 강한 중화학공업품이 81.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철강제품 25.7%, 기계류와 정밀기기 23.2%, 전기·전자제품 16%, 수송장비 11.0%, 자동차부품 5.0% 등이다.
이 같은 대미 수출액 급감은 지난 4~5월부터 시작된 관세가 장기화된 결과다. 부산의 가장 큰 대미 수출 품목인 철강은 지난 5월 30일 관세부과 발표를 시작으로 6월 4일부터 본격 발효됐다. 지난 5월 2119만 5000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 8월 1658만 4000달러까지 줄었다. 작년 8월 부산 대미 철강 수출액인 1972만 4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5월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된 자동차 부품의 부산 대미 수출액도 밀어내기 물량 증가로 지난 6월 817만 1000달러로 소폭 증가했다가, 지난 8월 554만 6000달러로 줄었다.
부울경으로 범위를 넓히면 대미 수출 피해는 더 늘어난다. 부울경의 대미 수출 중소기업은 총 2498개 사로, 이 중 지난해 8월 대비 50% 이상 수출액이 감소한 곳은 401곳에 이른다. 울산의 경우 공기조절기·냉난방기, 원동기·펌프, 석유·화학기계 품목의 대미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경남은 운반·하역기계, 기계류 등의 수출이 감소했다.
■전국 중소기업 133개 사는 문 닫아
이를 반영하듯 전국적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도 늘었다. 수출 거래처가 제한적이고 가격 협상력도 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관세 타격은 불가피하다. 정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고관세를 적용받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기업이 지난 7월 대비 133곳이 폐업했다.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은 전월 대비 41곳, 철강 중소기업은 65곳, 알루미늄 중소기업은 27곳 감소했다. 한 중소기업 지원 관계자는 “큰 기업들은 유럽 등 타 국가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중소·중견기업은 현지 품질 인증이나 거래처를 등을 빠르게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핵심 대책 중 하나인 ‘수출바우처’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기업들이 지원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추가 발표로 새롭게 관세 영향권에 들게 된 기업들에 대한 신규 지원이 막히면서다. 정 의원은 “정부가 수출바우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사업 마감일(5월 30일) 이후에 철강·알루미늄 관세 50%가 부과돼 신청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안 1162억 원과 추경 884억 원 등 총 2047억 원의 수출바우처 예산이 편성됐지만,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 했다”고 강조했다.
주요 관세 부과 대상인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의 수출바우처 선정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한 기업 988곳 중 170곳(17.2%)만 선정됐다. 중기부는 내년 수출바우처 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17.8% 증액된 1502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관세 조치로 중소기업은 물류비 부담 증가, 통관절차 애로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중기부가 바우처, 컨설팅 등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