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치아 배열 아닌 턱뼈·얼굴골격 균형 잡는 포괄적 치료
성장 조절 교정치료
양악 수술 없이도 턱뼈 교정
주걱턱은 7세 이후 치료 효과
앞니는 자연스럽게 닫히기도
정기검진·교정전문의 상담 필수
성장 조절 교정치료는 단순히 치아 배열을 고르게 만드는 치료가 아닌 턱뼈와 얼굴의 골격 균형을 바로잡고 심미적 만족은 물론 사회적 자신감까지 개선하는 포괄적 치료다. 부산대치과병원 김성훈 치과교정과 조교수는 “성장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과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부산대치과병원 제공
직장인 A(48) 씨는 아이(10)의 치아 교정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면서 앞니가 가지런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전히 벌어져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아이가 커가면서 벌어진 앞니 때문에 마음껏 웃지도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도 “아직 영구치들이 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 치아 교정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아이의 얼굴은 성장과 함께 끊임없이 변한다. 이 과정에서 치아가 고르게 배열되지 않는 이른바 ‘부정교합’이 발생할 수 있다. 부산대치과병원 김성훈 치과교정과 교수는 “부정교합은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대인관계가 위축되는 등의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불필요한 수술 가능성 줄어
부정교합은 치아가 나고 턱뼈가 자라면서 얼굴 윤곽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위턱과 아래턱이 균형 있게 성장하지 않거나 치아가 바르게 배열되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 흔히 알려진 주걱턱, 무턱, 안면 비대칭, 덧니, 치아 사이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부정교합은 단순히 외모상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소화 기능에 영향을 주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턱관절 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턱뼈 성장이 멈춰 양악 수술 없이는 부정교합 교정이 어려운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의 경우 아직 턱뼈가 성장 중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을 적극 이용해 턱뼈의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다. 이를 ‘성장 조절 교정치료’라 한다. 김 교수는 “성장 조절 교정은 아이의 성장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 위턱과 아래턱의 균형을 회복하고, 불필요한 수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조기에 개입하면 성인 교정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조절 교정의 장점은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양악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심한 부정교합이라 하더라도 어린 시절 성장 조절 교정를 받으면 수술을 피하거나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심리·사회적 효과도 크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사춘기를 맞아 얼굴 균형이 개선되면 또래 관계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사회성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턱과 치아의 부조화가 교정되면 잘 씹을 수 있고 발음도 나아지며 치아 수명도 늘어난다. 올바른 교합은 턱관절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턱뼈 상태에 따라 달라져
성장을 조절하기 위한 교정은 아이의 턱뼈 상태에 좌우된다. 특히 다양한 장치들이 활용되는데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 선택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래턱이 앞으로 나온 주걱턱은 위턱 성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위턱 성장을 유도하는 페이스마스크 치료를 시행한다. 가능한 한 7세 이후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래턱 성장이 부족한 무턱의 경우엔 액티베이터 장치를 이용해 아래턱이 앞으로 잘 자라도록 유도한다. 사춘기 직전인 최대 성장기 무렵이 적당한데 남아는 12세, 여아 11세 전후가 된다.
앞니 사이가 벌어진 경우는 6~7세 전후의 유치가 모두 난 시기 흔하게 발생한다. 이는 옆 치아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닫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구치가 모두 난 뒤에도 공간이 남아 있다면 설소대 비대나 과잉치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별도의 교정 없이 간단한 제거 수술로 해결되지만 필요 시 소규모 교정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영구치가 나는 6~7세 전후로 교정과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아이의 치열 발육과 안면골 성장 상태, 최대 성장기 여부, 협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교정 중 치아 관리 중요
교정 장치를 착용하면 음식물이 끼기 쉬워 충치와 잇몸병 위험이 높아진다. 충치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식사 후 하루 3번 교정용 칫솔로 꼼꼼히 양치하기 △치실과 치간칫솔로 장치 주변 세밀하게 관리하기 △불소가 함유된 치약이나 가글 사용하기 △정기 치과 검진을 통해 교정 장치와 구강 상태 점검하기 등의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 같은 기본 관리를 잘 숙지한다면 교정 중에도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유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성장 조절 교정치료가 단순히 치아 배열을 고르게 만드는 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턱뼈와 얼굴의 골격적 균형을 바로잡고 심미적 만족과 심리적 안정감, 더 나아가 사회적 자신감까지 개선하는 포괄적 치료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장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과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라며 “조기에 교정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한다면 불필요한 수술을 예방하고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밝은 미소를 지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