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석방 후 복귀 의무 몰라”… 20대 군인 탈영 혐의 ‘무죄’
부산지법 서부지원, A 씨에 ‘무죄’ 선고
“주거지 일정, 본인 명의 휴대전화 사용”
법무부·법원 등 복귀 의무 알리지 않아
“제도적 보완 필요, 온전한 책임 지나쳐”
부산지법 서부지원 전경. 부산일보 DB
집행유예 판결로 부산구치소에서 석방된 후 한동안 군대에 복귀하지 않은 20대 군인에게 법원이 탈영을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부대에 선고 결과를 알리지 않았고, 법원도 신분 변화에 대해 안내하지 않았다며 부대 복귀 의무를 몰랐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군무이탈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2023년 10월 입대한 A 씨는 지난해 7월 24일 부산구치소에서 석방된 후 부대로 복귀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군무를 기피하기 위해 그해 11월 22일까지 약 4개월 동안 부대를 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친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지난해 4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7월 부산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아 석방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군대로 복귀해야 하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소속 부대에서 이탈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병역법에 따르면 A 씨는 참모총장 병역 처분 변경이나 전역 심사위원회 심의가 없어 전역 처리된 게 아니었고, 부대로 복귀해 계속 복무할 의무가 있는 상태였다.
A 씨는 석방 다음 날 군 동료인 B 씨에게 “나도 같이 계속 지내다 전역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라고 연락했고, 그다음 달에는 임대차계약을 통해 부산 사하구 원룸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석방 4개월 후 중대장에게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연락을 받았고, 당일 기차표를 예매해 부대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 씨가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고, 석방 후 행동 등을 근거로 부대 복귀 의무를 몰랐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구치소 교도관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전역일 것이라고 얘기해 현역으로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상근이나 공익으로 갈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또 “지난해 8월 의문이 들어 포털 사이트에 비슷한 경우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그 결과를 찾지 못했다”며 “군대에서 다른 연락이 없으니 괜찮은 거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출소 후 일정한 주거지에 있었고,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며 “부대에 복귀하기 전까지 성폭력 치료강의 32시간을 수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부대 연락을 피하지 않았고, 복귀를 요청받자 즉시 부대로 돌아갔다”며 “이러한 A 씨 행동은 군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면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 씨가 상황 판단과 인지 능력이 낮고, 군대와 법원 등에서 판결 결과에 따른 신분 변화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A 씨 군대 면담일지를 보면 본인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훈육일지에는 상황 파악과 인지 능력이 낮다고 기재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정에서 중대장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경우 부대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법무부가 A 씨에 대한 선고 결과를 부대에 알리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도 군인으로서 신분 변화에 대해 안내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직접 부대에 연락해 형사 판결 결과를 알리고, 복무 의무 등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긴 하다”면서도 “제도적 보완 없이 온전히 A 씨 책임이나 역할이라 보는 건 그 자체로 A 씨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면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