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협중앙회장, 리더십 흔들…금품수수 의혹에 보은인사 논란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대 금품수수 의혹
의원들 국감서 구체적 정황 밝히며 집중추궁
농협 금융계열사도 도덕적 해이로 구설수에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강호동 회장이 중대한 위기에 몰렸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 회장의 ‘보은인사’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강 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강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사실이 30일 알려지면서 범농협그룹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강 회장은 회장 선거가 있던 지난해 1월 전후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인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시기에 업체 대표가 그에게 두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게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을 지낸 강 회장은 작년 1월 농협중앙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돼 3월 취임했다.
이 의혹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을 집중 추궁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강 회장에게 경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송구하다. 그러나 내부적 사항은 수사 중이라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강 회장 측에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용역업체 대표가 강 회장에게 “저는 잃을 게 없지만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죠”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제보도 소개했다.
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서울 송파구에서 벤츠 안에서 5000만원, 그리고 2023년 12월 서울역 인근에서 5000만원 해서 1억원을 받았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여러 의원들의 추궁에도 즉답을 피하고 “경찰 조사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라고만 말했다.
강 회장의 ‘보은인사’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국감에서 농협의 상무급 22명 중 18명이 강 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인 ‘낙하산 인사’라면서 “경찰의 (중앙회장 집무실) 압수수색은 내부적으로 자초한 면이 있다. 선거 도와준 사람에 대한 보은 인사가 그런 의혹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후 농협중앙회와 금융 등 계열사에 선거캠프 출신 인사 등을 대거 앉혔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강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상임 임원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취임 이후 1년 6개월 중 출근한 날은 단 40일에 불과했지만 5억원 가까이 급여를 수령하며 겸임 제도를 악용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농협 조합장 선거 비리도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국 조합장 선거법 위반 사례가 4078명이고 이 중에서 60%가 기소됐다”며 “돈선거”라고 말했다.
농협의 금융 계열사들도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로 구설수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임원은 최근 2년여간 NH투자증권이 주관한 11개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해 주요 정보를 직장 동료와 가족 등 지인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해 약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 28일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불법 대출과 관련해 NH농협은행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