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홍수 다 겪은 경남, 대피 조례 만든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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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관리 조례 개정 나서
지자체장 대피 계획 수립 의무
대피 거부 땐 강제 퇴거 등 명시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산불과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본 경남도가 재난 상황에서 주민 대피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은 조례 개정에 나섰다. 지난 3월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과 7월 극한호우 때 주민 대피가 늦어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재난대응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경남도는 지난달 27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2020년 제정된 이 조례는 법률(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근거로 재난 예방·대응·복구 등에 필요한 사항을 포괄해 왔다.

그러나 ‘재난 발생이 우려되거나 재난 발생 때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고 대피명령, 통행제한 등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제49조)란 내용 외에 구체적인 대피관리 계획 수립을 규정하는 내용은 없었다.

경남도는 새로 만든 개정안에 도지사가 대피지역과 인원, 어린이와 노인 등 안전취약계층 대피, 대피장소 지정, 대피정보 공개, 대피명령 발령, 대피교육·훈련 등을 담은 광역 단위 대피관리계획을 매년 수립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설립 근거만 있는 재난안전연구센터가 재난안전 정책 연구, 재난안전정보 수집·분석, 재난안전예산 사전검토 등 역할과 기능을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산청군 산불과 서부경남 극한호우가 이번 조례 개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주민 대피가 필요해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관이 위험지역 또는 위험 예상지역 주민 주택을 방문해 대피를 설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은 거부 의사를 밝혀 대피가 늦어지기도 했다. 일사불란해야 할 주민 대피가 즉흥적으로 이뤄져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재난·안전관리 지침을 담은 기존 경남도 조례에 대피관리계획 수립 내용을 새로 반영했다. 여기에 재난대피계획을 세워 시행하는 것을 시장·군수 책무로 규정하도록 시군 조례를 제정하는 것을 18개 시군에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경남도가 지난 9월 말 시군에 보낸 조례 권고안에는 경남도가 수립한 광역 단위 대피관리계획에 맞춰 지역 재난대피관리계획을 매년 수립하는 것을 시장·군수 책무로 명문화했다.

이와 함께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령한 대피명령을 듣지 않거나 위태로운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위험구역에서 주민이 퇴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대피 또는 퇴거시키거나 선박·자동차 등을 견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경남에서는 올해 극한호우는 1조 원이 훨씬 넘는 피해가 났던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최근 20년간 발생한 자연 재난 피해액 중 가장 클 정도로 광범위한 인적·물적 피해를 남겼다.

경남도 도민안전본부 관계자는 “입법예고를 거쳐 도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하면 올해 정례회 기간에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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