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날아온 ‘AI 버블론’…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악재’로
팰런티어 호실적 내고도 뉴욕증시서 8% 하락
“PER 등 지표로 본 AI 관련주 가치가 고평가돼”
한국증시 제자리 잡아가는 와중에 제기돼 충격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 모습. 연합뉴스
미국에서 날아온 ‘인공지능(AI) 버블론’이 5일 우리나라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고 그동안 거침없이 오르던 대장주들도 줄줄이 급락했다.
‘AI 거품론’은 최근 전문가들의 발언에서 확인되고 있다. AI로 인한 산업의 대전환이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도하고, 관련주식이 예상보다 더 급등했다는 것이다.
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세자리수에 이르는 종목이 나오는 등 미국 증시의 문제인데, 그동안 저평가됐던 한국 증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와중에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진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커지면서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5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17%, 나스닥은 2.04%가 각각 내렸다.
이날 증시 하락을 촉발시킨 업체는 팰런티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곳은 올들어 주가가 170% 오르는 등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애호주로 떠올랐다. 최근 2년간 상승률은 1000%나 된다.
그러나 팰런티어는 최근 호실적으로 내고도 이날 7.94% 급락했다. 현재 주가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12개월 예상이익에 근거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250배에 달했다.
다른 업종도 낙폭이 컸다. 엔비디아가 이날 3.96% 하락했고, AMD도 3.70% 떨어졌다. 테슬라는 5.15% 급락했고 알파벳(-2.16%) 브로드컴(-2.81%) 메타(-1.59%) 오라클(-3.75%) 등 AI 관련 다른 대형 기술주들도 약세를 보였다.
월가에서는 주가수익비율 등 여러 지표로 본 뉴욕증시의 가치가 역사적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고평가 위험을 경고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관련 주식의 버블이 닷컴버블 때보다 심각하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3일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홍콩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12∼24개월 내 10∼20%의 증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에 모건 스탠리의 테드 픽 CEO도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면 10∼15%의 조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9월엔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받아 다시 엔비디아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한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발표된 뒤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거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일종의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증시는 10월 한 달 동안에만 20%대의 역대급 급등을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이지만 미국에서 들려온 AI 거품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영화 빅쇼트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도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게시했는데, 기관투자자 보유지분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 매수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팔란티어는 호실적과 연간 예상 전망치 상향에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