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커피' 대전 '빵' 제주 '맥주'… 지역 정체성 혁신 일등공신 [브랜딩, 지역을 살리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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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지역을 살리다] ① 새롭게 쓰여진 도시 브랜드

테라로사, 강릉 이미지 창출 기여
뮤지엄 중심 커피 역사·문화 전시
성심당, '노잼 도시' 대전 → '유잼'
원도심 붕괴 저지에 선봉장 역할도
제주맥주 비즈니스 모델 확장 사례

대전 중구 성심당 본점. 매달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국내 대표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대전 중구 성심당 본점. 매달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국내 대표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강릉 구정면 테라로사 본점(우). 매달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국내 대표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강릉 구정면 테라로사 본점(우). 매달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국내 대표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제 강릉은 더 이상 해변만 있는 도시가 아닙니다.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한 도시죠.”


강릉시는 예나 지금이나 관광산업이 도시 경제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20년 전과 지금의 관광산업은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있는 정동진, ‘달맞이 장소’로 유명한 경포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제 등 자연과 문화유산이 핵심 콘텐츠였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강릉의 이미지에 관해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커피’라고 대답한다.

강릉시가 커피의 도시가 된 데는 로컬 브랜드 ‘테라로사’의 역할이 작지 않다. 2002년 커피 납품 업체로 시작한 테라로사는 맛과 품질로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시내에만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월평균 방문객이 15만 명에 달한다. 또한 ‘테라로사 뮤지엄’을 중심으로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지역 예술가와 장인,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교류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강릉은 자연스럽게 ‘커피의 도시’가 됐다.

테라로사를 방문한 김창순(59·강릉시) 씨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테라로사는 특별한 장소다. 단순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넘어 박물관이나 문화공간도 마련돼 있다.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전시를 ‘빵의 도시’로 새롭게 브랜딩한 성심당도 대표적인 로컬 브랜드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내년이면 창립 70주년을 맞이한다. 단순히 맛있는 빵집을 넘어 대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징이다.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대전시와 충청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성심당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마친 뒤 남은 빵을 이웃과 나눠왔다. 또한 원도심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켜 온 덕분에 원도심 붕괴 저지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빵장고, 빵택시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등장하며 타 도시와는 다른 차별성이 만들어졌다.

한때 ‘노잼도시’라 불리던 대전시에 최근 많은 관광객이 몰리며 ‘유잼도시’로 변모한 것도 성심당이 한몫했다. 빵을 사러 오는 김에 대전 대표 음식인 칼국수와 두부 두루치기를 먹고, 인근 상권을 찾는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성공한 브랜드가 로컬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성심당은 이제 70년을 넘어 100년 기업,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성심당 관계자는 “2022년 성심당 문화원도 문을 열었다. 빵을 통한 문화를 체험하고 성심당의 경영 철학을 접할 수 있다.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 온 성심당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제주맥주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 사업으로 탄생한 ‘제주맥주’는 이듬해 사업자 중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전국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맥주라는 제품 자체보다 ‘제주도’라는 지역이 가진 여유·힐링·여행의 이미지를 제품에 입혔다. 그 전략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지역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제주 한림지역에 양조장 투어와 제주맥주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해 지역에 관광객을 모으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을 패션 스트리트로 만든 ‘무신사’, 제주도 상품 발굴과 편집숍, 로컬 스테이까지 운영하는 복합 비즈니스 모델 ‘재주상회 잡지 인(iiin)’, 단순한 책방이 아닌 지역 문화의 구심점이자 도시 정체성을 담은 문화 공간 ‘속초 동아서점’, 강릉의 폐양조장과 여관을 개조해 만든 수제 맥주 양조장 ‘버드나무 브루어리’ 등도 이른바 ‘전국구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 로컬 브랜드의 성장은 단순한 기업의 성장이 아니다.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해 지역을 혁신하고 도심을 재생하는 구심점이 된다. 게다가 영리 활동에만 집중하지 않고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멸의 늪에 빠진 지역이 로컬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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