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30일 플로리다서 협상, 최종 종전안 나올까
젤렌스키 “제네바 기반한 대화”
우크라 입장 반영한 종전안 논의
러시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 커
美, 내주 모스크바서 푸틴과 대화
지난달 23일 미국 대표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3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러시아에 제시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양국이 만나 종전안 협의를 최종 조율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대한 분수령을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3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주 자택인 마러라고에서 체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방미 사실을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네바 조항들에 기반한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 측은 건설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쟁을 존엄 있게 끝내기 위한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조치들을 수일 내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가능한 한 가장 건설적인 방식으로 계속해서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제네바 회담의 결과가 이제 미국에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물밑 협상을 통해 마련한 28개 조항의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하고 지난 27일까지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미국의 종전안은 돈바스 영토 할양,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군 규모 대폭 축소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물론이며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요구를 너무 반영했다고 반발했으며, 이후 미국은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더 고려한 새로운 종전안을 논의했다.
새 종전안은 기존 28개 항을 19개 항으로 간소화하고 영토 문제나 나토 가입 영구 금지 같은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미완으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번 협상에서 제네바에서 시작한 논의를 이어가면서 종전안 작성을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쟁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더 반영한 만큼 이번에는 러시아가 종전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위트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마친 뒤 다음 주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종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또 대규모 폭격을 가해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은 계속된 공습으로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종전안을 수용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초기 이래 가장 어려운 정치·군사적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평가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