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던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불씨 되살린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채택 프로젝트
산림청, 국립수목원 유치 실패 거제시에 제안
애초 2900억 이상 투입 제3호 국가정원 계획
기획재정부 발목 잡기에 규모 절반 수준 축소
4월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서 예타 탈락
거제시 “외교적 의무 국가사업, 역동적 추진”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에 조성될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감도. 거제시 제공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에 조성될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감도. 거제시 제공

산림청이 기획재정부 딴죽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한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 재추진에 나선다.

밑그림부터 새롭게 그려 기재부의 전향적인 판단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거제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 마중물로 이번엔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4일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2일 확정된 2026년도 산림청 예산에 한·아세안 국가정원 기본구상 수립 용역비 5억 원이 배정됐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 정부안에 반영되지 못했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최종적으로 증액 반영됐다”면서 “(산림청은) 예타 탈락 당시 지적된 구체성 부족을 보완하고 특화요소도 더한 새 사업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서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거제시는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과 연계할 새로운 관광산업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수용했다.

이후 거제시가 추천한 후보지 중 동부면 산촌간척지 일원을 대상지로 낙점한 산림청은 2022년 12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까지 완료하고 2023년 2월 예타를 신청했다. 조성 면적은 64만 3000㎡, 사업비는 최소 29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2024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 실시설계를 마친 뒤 이듬해 상반기 첫 삽을 뜨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에 발목이 잡혔다. 기재부는 산림청 밑그림이 너무 부실하다며 예타 요구서를 반려했다.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국비 지원 당위성과 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들어설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 부산일보DB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들어설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 부산일보DB

게다가 계획대로라면 전남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된 두 곳과 달리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과 예산을 국가가 전담하는 첫 사례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이를 핑계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성 요구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결국 예타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고, 다급해진 경남도와 거제시는 조성 면적과 사업비를 각각 40만 4000㎡, 1986억 원으로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림청은 여기에 지방 정부 재원 분담 방안 등을 담아 재심사를 요청, 2023년 10월 가까스로 예타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정책성 평가에 필요한 국민 설문조사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하세월 했다.

뒤늦게 이상 징후를 감지한 거제시와 지역 정치권이 주무 부처와 국회 등을 오가며 반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4월 열린 기재부 ‘2025년 제4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부결됐다.

통상 경제성 지표인 B/C(비용대비편익)와 정책성·지역균형 등을 반영한 AHP(정성적 타당성)가 각각 0.7과 0.5 이상이어야 예타를 통과할 수 있는데,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두 지표 모두 이를 넘지 못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7월 김인호 산림청장을 만나 한·아세안 국가정원에 대한 지역 사회의 염원과 의지를 전달하고 산림청의 적극적인 대응과 협력을 요청했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7월 김인호 산림청장을 만나 한·아세안 국가정원에 대한 지역 사회의 염원과 의지를 전달하고 산림청의 적극적인 대응과 협력을 요청했다. 거제시 제공

이로 인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는 듯했지만, 이번에 용역비가 다시 확보되면서 겨우 불씨를 되살릴 수 있게 됐다.

예타 탈락 직후 재추진 방침을 정하고 산림청·경남도와 함께 전방위 활동을 펼친 거제시는 재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거제시는 지난 5월 회의에서 사업 재추진을 전제로 예타면제와 용역비 국가예산 반영을 최우선 목표 잡았다.

이후 정부 부처와 국회,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사업 필요성과 절박성 그리고 지역 사회 염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선 국제적 약속이자 외교적 의무가 부여된 국가사업”이라며 “지역 생태관광의 미래가 될 프로젝트가 역동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