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보통’ 안심 금물… 초미세먼지 위험성도 확인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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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보통 수준에도 전립선암 발병 위험 ↑
초미세먼지,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 증가 영향

부산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2일 오전 부산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래구와 금정구 일대 도심이 희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5.01.26 부산일보DB 부산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2일 오전 부산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래구와 금정구 일대 도심이 희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5.01.26 부산일보DB

미세먼지 ‘보통’이라는 예보에 안심하고 외출했다면, 이제는 나들이 계획을 수정하거나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할 수도 있다. 보통 수준의 미세먼지가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가 심장에도 영향을 미쳐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를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앞서 공개되는 등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이 데이터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6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박용현 비뇨의학과 교수와 단국대 연구팀(박지환·노미정)이 2010~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2만 430명을 분석한 결과 ‘중간 농도 미세먼지 노출’만으로도 전립선암 위험이 뚜렷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암 환자군(4071명, 19.9%)과 비전립선암 환자군(1만6359명, 80.1%)으로 나눠 비교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공중보건 프론티어’에 게재됐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 암 발생률 4위로, 50대 이상 발병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실제 데이터 평균 농도인 47㎍(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m³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그룹은 덜 노출된 그룹보다 전립선암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보 기준으로 보면 47㎍/m³은 ‘보통(31~80)’ 수준으로, 우리나라 미세먼지 기준(연간 50㎍/㎥·24시간 100㎍/㎥)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연간 15㎍/m³, 하루 45㎍/m³)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낮은 수준이어도 미세먼지 노출이 높으면 위험도가 상승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미세먼지만으로도 암 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연구진은 “미세먼지 보통 수준이어도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올라가는 만큼 보통이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실내 공기 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초미세먼지의 위험성도 다시한번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홍윤철 교수 연구팀이 2016~2020년 서울 시내 초미세먼지 농도와 25세 이상 성인의 사망률 데이터 등을 토대로 대기오염의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가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쳐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를 크게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에 게재됐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심장 근육이 망가지는 질환을 통칭하며,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대표적이다.

연구 기간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3.5㎍/m³로 환경부 기준치(15㎍/㎥)를 웃돌았고, 25세 이상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는 1만 97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초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허혈성 심장질환 ‘초과’ 사망자는 5년간 2861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초과 사망률은 25세 이상에서 38.6명, 45세 이상에서 56.2명, 65세 이상에서 139.8명에 달해 고령일수록 대기 오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를 대기질 기준치인 15㎍/㎥로 낮춘다면 5년간 25세 이상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 837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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