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에 몸살 앓는 100년 동요 ‘고향의 봄’
창원시 기념 예산안 편성에
지역주민 “문화 자산 활용”
시민단체 “무슨 가치 있나”
1926년 잡지‘어린이’ 에 실린 ‘고향의 봄’ 연합뉴스
동요 ‘고향의 봄’을 작사한 아동문학가 이원수의 기념사업을 놓고 경남 창원시가 논란에 휩싸였다. 창원시가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을 기념하겠다고 밝히자 주민 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창원시는 내년 동요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내년 예산으로 8억 9300만 원을 편성해 현재 창원시의회 심사를 받고 있다. 고향의 봄은 이원수가 15세이던 1926년 창원시 천주산 아래 자리 잡은 의창구 소답동을 배경으로 만든 동요다. 문제는 일제강점기 말 조선금융연합조직회의 기관지인 ‘반도의 빛’에 5편의 작품을 실은 이원수의 친일 행적이다.
이를 근거로 민족문제연구소라는 시민단체에서는 그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제의 작품이 1000여 편의 작품 중 일부에 불과하며, 정작 이원수가 항일 운동으로 교도소에 갇힌 전력도 있다며 ‘생계형 친일’을 주장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창원시는 앞서 2011년 이원수 탄생 100주년 당시에도 동일한 논란으로 기념 사업이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일단 창원시 내에서는 지역의 문화 자산에 초점을 맞춰 기념사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의창동민화합추진위원회와 의창문화인클럽 등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동요인 ‘고향의 봄’은 정치나 이념의 잣대로 훼손될 수 없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친일 작가의 작품을 기념하는 사업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같은 날 열린사회희망연대와 경남진보연합 등도 맞불 기자회견을 갖고 “도대체 ‘고향의 봄’이 대한민국 역사에,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위대한 이바지를 했기에 이런 거창한 사업을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기념사업 예산안은 11일 창원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그 규모가 확정된다. 일단 창원시는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일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고향의 봄’ 배경이 창원이란 사실을 모르는 시민도 많아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알리는 사업이며 친일 행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증액분이 모두 삭감되더라도 기존 예산 6억 4000만 원으로 사업 축소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