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는 못 해" 진주-사천 광역 소각장 사실상 무산
묵은 앙금에 입지 놓고 견해 차
사천시 올해 중 입지선정위 개최
진주시도 2년 만에 선정위 설치
사업비 폭증에 재정 부담 불보듯
경남도·도의회 "도비 삭감" 비난
진주시 쓰레기매립장 내 자원순환센터. 현재 소각장은 없고 매립만 가능해 소각장 설립이 필요한 상태다. 김현우 기자
전국적으로 폐기물 광역 소각장 설치가 추진되는 가운데 수년째 답보 상태를 보인 경남 진주시와 사천시 광역화 논의가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두 지자체 모두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리고 독자적인 소각시설 건립 절차에 나선 것이다.
21일 경남 사천시에 따르면 올해 중으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입지선정위원회가 열린다. 앞서 3차에 걸친 입지 공모에서 총 3곳이 신청서를 넣었다. 별다른 변수 없이 위원회가 끝나면 입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주민 수용성 재고 절차가 남았다.
수년간 진주시와 폐기물 소각장 광역화 논의를 이어왔지만 사실상 사천시 단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진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진주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처음으로 구성했다.
진주시는 애초 2년 전부터 입지선정위를 구성하려 했지만 주민대표 선임에 난항을 겪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주민 동의를 거쳐 대표가 선임됨에 따라 소각장 설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입지선정위원회 출범은 진주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사업을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위원회 구성을 위해 힘을 모아준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사천시 사등 소각장 전경. 추가 신·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사천시 제공
2030년부터 생활 쓰레기의 직접 매립이 금지되면서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소각장을 건립해야 한다.
환경부 역시 광역 소각장을 추진할 경우 국비 지원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해 주는 혜택을 제공 중이다.
이에 진주시와 사천시는 2023년부터 광역화 논의를 시작했다. 진주시는 소각 시설이 없어 신설이 시급했고, 사천시는 기존 시설의 노후화로 신·증설이 필요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예산 절감을 위해 공동 추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행정통합 주장으로 두 도시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광역 소각장 입지를 놓고도 견해차가 극명하게 갈리며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최근 진주시가 사천시에 생활 쓰레기와 축산 분뇨시설을 구분해 처리하는 이른바 ‘등량교환방식’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소각장이 가동되어야 할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이 부족한 두 도시는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광역 소각장 추진이 무산되면서 진주시와 사천시 모두 과중한 예산 부담이 불가피하게 됐다.
진주시는 하루 처리용량 280t, 사천시는 98t 규모 소각장 설치를 검토 중인데 각각 1400억 원, 57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되지 않는 이상 지자체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규모다.
다만, 경남도나 도의회, 각 시의회는 여전히 광역 소각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도의회에서는 ‘광역화가 무산되면 도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천시는 이론적으로는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광역화가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주민 합의를 거쳐 힘들게 단독 입지를 선정했는데 다시 광역화로 소각장 설치가 틀어지면 행정소송에 걸리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가장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입지 선정 이전에 광역화가 확정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