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 혐의로 사형된 강을성, 50년 만에 무죄 "반성의 마음으로 선고"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강을성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강 씨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군무원이었던 강 씨는 1974년 '북한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육군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고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고 1976년 사형이 집행됐다.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에서 피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았다. 더 이상 실체적 진술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또 "약 50년간 흩어진 기록을 모아 확인하는 절차를 인내하며 오랜 시간 기다려 주신 피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가 부족하다. 그외에는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강 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마음이 무겁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하나 돌이킬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국민이 기대했던 사법의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해서 반성의 마음으로 이 사건을 선고했다"며 "오류를 범한 사법기관의 일환으로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유족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족은 눈물을 훔쳤고, 무죄 선고 직후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그간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재심에서 여러 차례 무죄가 확정됐다.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1991년 가석방된 고(故) 박기래 씨는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간첩단 우두머리로 지목돼 16년간 옥살이했던 故 진두현 씨, 징역 10년이 확정됐던 故 박석주 씨도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혐의를 벗었다.
1976년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아 1982년 사형이 집행된 고 김태열 씨는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