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한화 인적분할, 주주 배제된 입장서 결정”
2022년 11월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왼쪽 세 번째)과 김동선, 김동원, 김동관 3형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9일 ㈜한화가 최근 발표한 ‘인적분할’과 관련해 “일반주주는 배제된 채 3형제 입장에서만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개정 상법 정신에 충실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에 비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안 검토와 공정성 담보 장치가 충분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화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존속법인과 테크·라이프 부문을 담은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적분할은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포럼은 또 “홀로서기에 나서는 김동선 부사장 입장이 아닌 일반주주 관점에선, 신설지주사 한 개 설립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신설지주 아래 테크와 레저/유통/F&B는 산업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MSCI 산업분류와 회사가 제시한 장기성장률이 큰 편차를 보이는 만큼, 지배주주 관점의 사업묶기가 일반주주 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 책임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포럼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이사들은 이번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여러 가능한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 중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가장 극대화된다고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며 “공시, 자료 어디에도 위에서 언급한 방식을 포함한 다른 대안을 충분히 비교 검토하고 어떤 이유로 이번 분할 대안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원 독립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Special committee)를 구성해 장기간 여러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내린 것이 맞냐”고 덧붙였다.
오는 6월 15일 예정된 분할 승인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 없는 주주의 과반 동의(Majority of Minority)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법무부가 제시한 기업 조직 개편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 역시 이해관계 없는 주주 승인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며 “3형제가 진정성을 가지고 일반주주 가치 제고에 관심이 있다면, 특별위원회 주도로 분할에 대한 일반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배당성향을 연결기준으로 산정한다고 명확히 한 만큼, 낮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2025년 최소배당 1000원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0.8%에 그치기 때문이다.
분할 비율(76대 24)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포럼은 “순자산가치 기준 산정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신설법인에 부채를 이관하지 않고 현금을 배정한 점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포럼은 “과거 한화에너지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기됐던 정보비대칭과 이해상충 논란이 이번 분할로 다시 환기되고 있다”며 “김동관 부회장 등 3형제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진심이라면 정보비대칭을 이용하지 말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개정 상법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2024년 7월 한화에너지가 ㈜한화 보통주 8%를 추가 매수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공개매수 의사를 믿고 약 3만 원에 주식을 매도한 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