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겨냥하는 정부, 부동산 양극화에 칼 빼드나
“한 채라도 보유세 다르게” 검토
김용범, 보유·양도세 개편 시사
전문가들 “주택가액 과세 필요”
금련산 전망대 바라본 부산 시내. 해운대구, 수영구 도심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해 주택 보유·양도소득세 개편을 시사하면서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초양극화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양극화 해소와 조세 형평성을 위해 과세 표준을 보유 주택 숫자가 아닌 주택가액으로 바꾸려는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택 보유세와 양도세의 누진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실장은 “소득세 누진제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정교하게 맞춰나갔다. 그런데 주택 보유세나 양도세 등은 그렇지 않다”며 “(세제를) 정교하게 검토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 보유세의 경우 6억 원 이하, 12억 원 이하, 25억 원 이하, 50억 원 이하, 94억 원 이하로 과세 표준 구간이 나뉜다. 그는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 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며 과세 구간을 세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양도세의 경우 보유기간에 따라 특별공제율이 늘어나는데 10년 보유하면 최대 80%까지 공제율이 적용된다. 김 실장은 주택 가격에 따라 이 같은 공제율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세제 시스템이 서울과 지방의 집값 초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데 이견이 없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하는 과세 시스템 탓에 지방 다주택자가 서울 1주택자보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씩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 소유주보다 자산이 훨씬 적은 지방 다주택자가 많은 세금을 내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보유세나 양도세를 통해 이런 부분을 조금 건드리면 서울로 지나치게 집중된 부동산 투자 수요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현행 주택 수 중심의 과세 시스템에서 국제 표준인 주택가액 중심으로 바꾸려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노년층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등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매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왔으나, 유예 기간은 넉 달 남짓 남은 오는 5월까지다.
일몰이 곧 도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 정부 정책 방향이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는 이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택을 거래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