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美 대법 판결 전 '500조 투자' 못박기?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문가들 "상호관세 무효화 위기 속
비준 지연에 대한 조급증 반영"
“입법 지연 배경 충분히 설명해야"
산업장관·통상본부장 곧 방미 협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의 법적 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27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문신학 1차관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위원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의 법적 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27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문신학 1차관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위원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전(한국시간)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비준 지연을 빌미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기습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시점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이날 오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선으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캐나다 일정이 종료되는대로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우리 정부의 관세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고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조만간 내려질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여부 판결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 국회의 비준을 압박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관세 자체를 올리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현재 한국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는 투자 협정 비준을 확실한 변수로 만들려는 게 근본적인 목적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상호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약속을 빨리 얻어내고 싶은 욕심에 일종의 조급증을 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대내외적 정치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은 "최근 반이민정책, 그린란드 이슈, 유럽연합(EU)·캐나다와의 대립 등 국내외 지지 기반을 약화할 수 있는 이슈들이 제기되자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통상 전문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를 기약하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통상 이슈로 번지고 있는 쿠팡 수사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내 디지털 규제 관련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며 "국내 입법 절차의 현실과 일정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는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의 무역합의를 이룬 바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