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급락·급등 반복, 코스피 '널뛰기 장세' 언제까지
신흥국들보다 극심한 변동성
일주일 새 사이드카 잇단 발동
미국 빅테크 과도한 투자
AI 버블론 수익성 우려 여파
투자 심리 불안감 확대 속
'시장 조정, 일시적 현상' 전망
코스피가 장중 5% 넘게 급락해 4900선이 깨진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이른바 ‘인공지능(AI) 버블론’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과도한 AI 투자에 따른 수익성 우려가 부각되며 미 증시가 흔들리자 그 여파가 국내 증시로 전이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유례없는 강한 상승장을 감안하면 조정 국면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문제는 하락 자체가 아니라, 하루는 급락하고 다음 날은 곧바로 급등하는 이른바 ‘극심한 널뛰기 장세’가 반복되며 시장의 방향성을 아예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4.43포인트(P), 1.44% 하락한 5089.14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전장보다 264.27P(5.12%) 급락한 4899.30까지 떨어지며 4900선이 한때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5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지난 2일 이른바 ‘검은 월요일’로 코스피가 5.26% 급락한 날에도 발동된 바 있다. 일주일 새 매도 사이드카가 두 번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코스피가 일제히 폭락한 2020년 3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특히 매수 사이드카까지 포함되면 일주일 사이 세 번이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신흥국 증시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의 이달 2~5일 일간 등락률 범위는 ‘-5.26~+6.8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신흥국인 인도네시아 증시가 ‘-4.88∼+2.52%’에 그쳤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가 ‘±2% 안팎’에 불과했다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코스피의 등락률이 신흥국이나 대만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시총의 40% 가까이를 이른바 반도체 ‘투 톱’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산업에 호재나 악재가 전해지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 기업의 증시 비중이 크기에 두 기업 주가가 조금만 오르내려도 증시 전체가 영향을 받는 셈이다.
특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들 기업의 AI 투자 과잉 우려가 부각되며 증시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AI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이러한 투자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미국 증시 기술주들의 대거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5일(현지 시간) 구글, 아마존, MS 등의 주가는 5~10%씩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직격탄을 입었다. 삼성전자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한때 11만 1600원까지 밀리며 하한가를 기록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SK하이닉스도 한때 79만 1000원까지 밀려나 ‘80만닉스’를 반납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 역시 증시와 외환시장 불안을 동시에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1조 7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5일 5조 385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매도 폭탄’ 수준이다. 6일에도 3조 3226억 원을 추가로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는데, 각각 5조 641억 원, 4조 7269억 원에 달했다.
주식 매도 대금의 환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들썩였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3.7원 오른 1472.7원으로 출발한 직후 1475.3원까지 올랐다. 다만 미국 증시가 다시 반등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유동성 우려는 일부 완화됐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06.95P(2.47%) 급등한 5만 115.67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5만 선을 돌파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97%, 2.18% 올랐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조정받았던 미국 증시에 빅테크가 다시 불을 지폈다. 엔비디아가 7% 넘게 급등하며 반도체주 랠리를 이끌었다. 실적 측면에서도 시장을 뒷받침하는 신호가 확인됐다. 이번 주까지 S&P500 구성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약 80%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극심한 변동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투자에 대한 단기적 부담은 존재하지만, 수요와 실적이 동반되는 만큼 극심한 변동성은 과도한 공포라는 지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반도체, 자동차 등 1월에 폭등했던 업종 위주로 전략적인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유동성이 풍부해 가격 충격을 크게 발생시키지 않고 차익 실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