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년 걸린 교정시설 과밀 수용 손배 소송 가장 기억 남아” 윤재철 민변 부산지부장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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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서 공익 소송 등 20년간 활동
작년 제2회 부산민변 영화제 개최
지난달 영화숙·재생원 소송 승소
인권 침해 피해자 지원 지속 추진

“젊을 땐 뿌듯한 감정도 들었지만, 나이가 드니 그저 할 일을 한 듯합니다.”

지난 2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조타운 사무실에서 만난 윤재철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는 “이제 덤덤해졌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 20년 정도 활동한 소회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들이다. 오랜 시간 공익 소송 등을 해온 그는 지난해 1월부터 민변 부산지부장이 됐다. 그는 “사명감이 특별하거나 능력이 뛰어나진 않다”며 “거절을 잘 못하는 데다 열심히 할 듯해 시킨 것 같다”고 했다.

“인권이 주제인 영화제를 잘 마쳤고, 지부 변호사 46명 중 17명이 투입된 공익 소송도 이겼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았을 텐데 고생한 덕입니다.”

본격적으로 말문을 연 윤 지부장은 민변 변호사들이 올린 성과부터 강조했다. 지난해 ‘제2회 부산민변 영화제’를 열어 해외 입양을 다룬 작품들을 상영했고, 관객에게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부랑인 수용시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이 지난달 정부를 상대로 이긴 손해배상 소송에도 전력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국가기록원 등에서 기록을 찾고, 피해자들을 다독여 진술을 받은 변호사들 노력이 컸다고 했다.

“그동안 공익 소송에 조용히 힘을 보탰습니다. 선배 변호사 추천으로 민변과 인연이 됐고, 실질적 변화를 이끈 사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2003년 고향 부산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한 그는 2007년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일을 하다가 민변 활동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10년 넘게 이모와 가족에게 월급을 뺏긴 여성 지적 장애인을 소송으로 도운 사례 등이 떠오른다고 했다. 2016년 부산교도소에서 열사병으로 숨진 재소자들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부모의 사망 신고로 평생을 사망자로 살아온 재소자에게 신분을 부여한 일도 언급했다.

“특히 11년 8일이 걸린 소송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과밀 수용이 기본권 침해라고 인정되면서 인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윤 지부장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교정시설 과밀 수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일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2011년 7월 6일 소장을 접수해 2022년 7월 14일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건이었다. 당시 범죄자들 인권까지 챙기냐며 업무가 마비될 만큼 항의도 많이 받았지만, 이미 자유가 박탈된 재소자들이 환경적 측면에서 더 고통받는 게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변화를 이끌었다.

“학원에서 일하다 분한 마음에 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계기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부산상고를 졸업한 그는 타자 학원 강사로 일하던 중 원장에게 밉보인 게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월급을 떼서 수업을 듣던 여공들에게 장학금을 준 걸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분한 마음에 일을 그만둔 후 공부를 시작한 그는 동아대 법학과에 진학해 결국 변호사가 됐다고 했다.

“두 딸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윤 지부장은 자신도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계속 가슴에 새길 거라고 했다. 인권 침해 피해자 등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공익 소송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부장 임기가 올 하반기까지인데 다시 회원으로 돌아가도 시키는 일 열심히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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