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승익·성세훈 칠링세러머니클럽 대표 “성수·압구정 핫플에서 산 구두, 저희가 부산에서 만든 겁니다”
부산 제화 장인들 기술력에 데이터 접목
브랜드 론칭 1년 안돼 무신사 성수 입점
국내 고객 외 일본·대만 시장도 입소문
“부산서 신발 만드는 브랜드 알릴 것”
“30대에 부산에서 구두 브랜드로 창업한 사람은 아마 저희가 거의 유일할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사무실에서 만난 ‘칠링세러머니클럽’(Chilling Ceremony Club) 정승익 대표는 “어린 시절을 남구 용호동에서 보냈는데 동네에 신발 공장이 많았다. 어릴 적 경험에 대한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신발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 제조업에 대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의 환경이 구두 브랜드를 창업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칠링세레머니클럽의 제품들은 젠지(Gen-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출생)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무신사 엠프티 성수와 압구정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특히 브랜드 론칭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뤄낸 무신사 엠프티 성수 입점은 국내 가죽 제화 브랜드 중 유일한 성과다. 부산 해운대에서 만든 구두가 국내 패션 1번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와 칠링세러머니클럽의 공동 창업자인 성세훈 대표는 수산 쪽 정보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함께하면서 알게 됐다. 이들은 ‘구두는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출발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사실 구두를 정말 싫어했다. 하루 종일 구두를 신고 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발에 물집이 잡히고 너무 아팠다. 이걸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목한 해법은 데이터와 부산 제화 장인들의 기술이었다. 정 대표는 “한국인들의 인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발의 무게, 쿠션감, 지지력, 착용감 등 기능성을 꼼꼼하게 따져서 신발을 설계했다”며 “또 제작 과정에는 55년 경력을 가진 가야공단 ‘피카소 제화’를 찾아 구두 제작을 맡기는 등 장인들의 손길을 거쳤다. 보통 러닝화의 무게가 250g 내외인데,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저희 신발은 수제화임에도 무게를 270g까지 줄인 것이 주효했던 것도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 고객의 90%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일본과 대만 등에서 입소문을 듣고 한국의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신발을 신어보는 외국인 고객들이 많다. 일본의 편집숍 빔즈,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도 관심을 보였다. 관세 문제로 본격적인 진출 일정은 조율 중이지만 올해 안에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그럼에도 두 대표가 끝까지 고집하는 건 ‘부산’이다. 성 대표는 “신발 제조는 부산만큼 좋은 곳이 없다”며 “공장 사장님들과 바로바로 소통하면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고 재고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화 장인들의 고령화와 제화 산업이 지자체로부터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라는 점은 위기로 다가온다. 정 대표는 “지난 1년 사이에도 신발 브랜드가 정말 많이 사라졌다. 외지인과 계약했다가 구두를 다 만들어 놓고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래서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생산자 보호, 법률 지원, 기술 전승 등의 시스템이 없다면 ‘메이드 인 부산’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대표는 부산에서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로 오래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부산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 세대가 부산에서 정착해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