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자 주식·채권 팔아 '서울 아파트' 쇼핑
지난해 6·27 대책 직후 7개월간
주식 등 팔아 2조 3966억 투입
강남3구에만 9000억 이상 몰려
서울·비수도권 ‘초양극화’ 심화
지역으로 ‘풍선 효과’ 기대감도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연일 확인하는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6·27 대책’이 나온 직후 7개월간 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채권 매각 대금이 서울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유입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로 흘러 들어간 돈만 1조 원에 육박했는데, 결국 주식 시장 호황의 수혜는 강남 부동산이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이 확인한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간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2조 3966억 원에 달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 취득 자금 출처를 밝히는 서류로 규제지역에서는 2020년 10월부터 제출이 의무화됐다. 이를 토대로 분석할 때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충당한 서울 주택 매수 자금은 2021년 2조 58억 원에서 2022년 5765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2023년 1조 592억 원, 2024년 2조 2545억 원, 지난해 3조 8916억 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수천억~1조 원대씩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기면서 한 달 동안에만 5760억 원이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 이때는 규제지역·수도권에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4억 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되는 ‘10·15 대책’이 나온 달이기도 하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은행권에서 주택 매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주식 차익 실현 자금이 주택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강남3구로 흘러 들어간 주식·채권 매각 금액은 9098억 원으로 서울 유입 자금의 37.9%를 차지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박합수 겸임교수는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에서 얻은 차익을 내 집 마련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도권을 겨냥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중단하겠다고 계속 엄포를 놓는 건 지금이라도 이 같은 자금 유입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과거 사례를 계량 분석했을 때 코스피가 지금처럼 급등하면 그 유동성이 시차를 두고 강남 중심의 서울 아파트로 흘러 들어갔다”며 “주식의 유동성이 서울로만 유입된다면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과 지방의 ‘초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 한강 이남 11개 구의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아파트값은 평균 18억 269만 원으로 집계 이래 처음으로 18억 원을 넘겼다. 반면 지난달 부산의 ㎡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486만 7000원으로 이를 84㎡로 환산하더라도 4억 882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한강 이남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과는 최소 14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동의대 정쾌호 부동산대학원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시그널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서울로의 지나친 투자 쏠림은 막고 지방으로의 풍선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20~30대 청년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수도권 집값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전세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에 다각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