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제동 걸린 행정통합 속도전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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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광역통합 특별법 심사 돌입
정부, 재정 등 핵심 특례 ‘불수용’
TK, 335개 중 137개 거부 당해
무리한 통합 일정 부작용 드러나
부산·경남, 타 지역 혼선 이미 예측
“실질적 권한 이양부터 추진해야”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행정통합 속도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지자체장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 부산시 제공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행정통합 속도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지자체장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 부산시 제공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속도를 내는 ‘3대 광역 행정통합’이 국회 문턱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부처가 행정통합의 핵심인 국비 지원과 권한 이양 특례 상당수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다. 주민 의견 수렴 없는 ‘하향식 추진’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까지 거세지면서,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무리한 로드맵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9일 ‘행정구역 통합 관련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돌입했다. 현재 국회에는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각 지역별로 별도의 특별법이 제출돼 있다. 행안위는 10~1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오는 12일 국회 의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특별법이 정작 본궤도에 오르자마자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부처 협의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며 지자체 반발이 거세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전남·광주 특별법의 경우 전체 374개 특례 중 119개에 대해 정부 부처가 ‘불수용’ 의견을 냈다. 대구·경북 특별법 역시 전체 335개 조항 중 137개 조항이 거부당했다. 부처가 난색을 표한 조항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비 지원 확대 등 지자체가 사활을 걸었던 내용이다. 해당 특례를 실현하려면 정부 21개 부처가 각종 권한을 넘겨야 한다. 법안을 검토한 정부 부처들은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전국적 형평성을 고려할 때 임의 규정이나 단계적 적용이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지자체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지자체장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공청회에서 “통합 기조에 비해 핵심 특례가 대거 빠진 것은 충격적”이라며 “4년간 20조 원 재정 지원은 통합의 전제 조건인 만큼 특별법에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강덕 포항시장 역시 SNS를 통해 “핵심 알맹이가 빠진 ‘낙제점 특별법’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법안 내용뿐 아니라 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행정통합의 하향식 절차에 대한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광역 단위의 거대 통합을 밀어붙이면서 주민 투표 등 여론 수렴 과정을 생략한 것을 두고 뒤늦게 비판 여론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대전시의회는 이날 ‘주민투표 촉구 결의안’ 채택을 위해 긴급 임시회를 열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도 행정 통합 집행정지 가처분과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향식 통합’이 가져올 민주적 정당성 결여가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된 셈이다.

상향식 통합을 주장해온 부산·경남 측은 타 지역의 혼선을 지적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절차적 정당성 없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며 “부산·경남은 주민투표와 실질적 권한 이양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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