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날아 오던 눈 피했는데 두 다리 마비…눈 던진 친구는 징역형 집유
부산일보DB
친구가 던진 눈을 피하다 3m 아래로 추락해 두 다리 등 마비가 됐다. 이에 법원은 가해 학생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2부(정문경 박영주 박재우 고법판사)는 최근 폭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4년 2월 학원 수업이 끝난 자정 무렵 학원과 연결된 지상 주차장에서 동료 학생 B 씨에게 바닥에 쌓인 눈을 뭉쳐 던졌다.
B 씨는 눈을 막으려 우산을 펼친 채 뒷걸음질 치다가 주차장 난간에 다리가 걸려 3m 아래로 추락했다. B 씨는 두 다리를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고 두 팔도 부분적으로 마비되는 등 심각한 지체기능 장애를 입게 됐다.
검찰은 A 씨가 B 씨를 폭행해 중상해를 가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 씨가 친구 사이에 장난을 치려고 했을 뿐 폭행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폭행치상보다 형량이 가벼운 과실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가 다른 학생에게 갑자기 눈을 던졌다가 하지 말란 말을 들었는데도, 피해자에게 눈을 던졌다. 그리고 A 씨가 뭉친 눈을 B 씨에게 던져 뒷걸음치게 만든 행위는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써 폭행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며 폭행치상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B 씨는 A 씨가 움직이자 눈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 쳤을 뿐, A 씨 행위에 응해 함께 눈을 던지려고 하는 등의 언행을 보이지 않았다"며 "A 씨가 주관적으로 장난칠 의도에서 이런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폭행과 B 씨가 입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A 씨가 눈을 던져 B 씨가 바닥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다는 점까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해도 난간에 다리가 걸려 추락할 것까지 예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상해에 이르게 한 폭행치상죄를 묻는 것을 넘어 공소사실처럼 중상해에 이르게 한 폭행치상죄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B 씨의 상해 정도가 매우 중하고 앞으로도 장애를 안고 살 가능성이 있으므로 A 씨의 행동은 그 죄책이 무겁다"며 "B 씨와 그 가족은 현재까지도 매우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A 씨는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다만 한편 A 씨는 범행 당시 미성년이었고 행사한 유형력이 강하다고 보긴 어려우며, 피해자의 중상해를 예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B 씨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가한 점에 죄책감을 느끼며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과 A 씨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