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요한 송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일과 삶의 경계 허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활성화돼야”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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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자활센터·행복한 장의사 등 운영
언어 재활·장애인 평생교육사 활동도
세정사회복지대상 받은 복지계 일꾼
일과 가정 양립 정책 실천가·전도사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서 지역자활과 사회복지 현장을 이끌고 있는 송현사회적협동조합 신요한 이사장의 이력은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 이사장은 2007년 남광사회복지회에서 첫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했다. 현장은 늘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었고, 그 경험은 이후 그의 삶과 선택을 이끄는 기준이 되었다. 사회복지사, 장의사, 언어재활사, 평생교육사, 장애인 평생교육사, 장애인 이미용을 위한 종합미용 자격 취득 준비, 그리고 도시재생학 박사까지.

신 이사장의 다양한 이력은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의 삶을 어떻게 더 존엄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그는 특정 직업이나 역할로 자신을 규정하기보다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배우고, 일하고, 이별하는 모든 과정이 우리 곁에 있는 일이어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금정구지역자활센터와 세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 세나아동청소년발달센터, 비영리 상조회사인 ‘행복한 장의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세정사회복지대상 수상자인 신 이사장은 직장 등 삶의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금정구지역자활센터에서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방학이 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들이 아이들을 직장으로 데려온다. 조직은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장한다. 아이들은 사무실 한 켠에서 숙제를 하고 책을 읽는다. 점심시간에는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운다.

신 이사장은 이를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일과 양육이 양립하는 금정구지역자활센터에서 아이들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도움이 필요하며, 일은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교육은 설명이 아니라,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배움이 됩니다.”

금정구지역자활센터의 이 같은 시도는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한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신 이사장은 “방학 기간, 오후 학원에 가기 전까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마음을 졸이며 일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아침에 아이가 제때 일어났는지, 아침은 스스로 챙겨 먹었는지, 점심은 잘 먹고 학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지 걱정돼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일을 해야 하는 환경보다,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훨씬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제도보다 먼저, 일터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복지기관이야말로 이런 변화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하는 공간이, 정작 일하는 사람의 삶을 돌보지 못한다면 복지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생각에서다. 신 이사장은 현재 송현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자활사업과 돌봄, 교육, 산하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지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복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세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세나아동청소년발달센터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두 시설은 각각 장애인의 안정적인 직업생활과 아동·청소년의 발달 지원을 담당하며, 지역 안에서 서로 연결된 복지의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특히 세나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세정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을 통해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된 사례로 꼽힌다.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과 심현녀 이사의 깊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으로, 장애인 근로자들은 쾌적하고 안전한 세정그룹 소유의 건물에서 생활과 근로를 병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단순한 일회성 기부를 넘어,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기간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사회공헌활동은 결코 흔하지 않을 것이다”며 “부산 지역 공공기관과 사기업들이 앞장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많이 도입해 지역사회에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또 “송현사회적협동조합은 향후 자활사업과 도시 재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생활밀착형 모델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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