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정회 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 “이웃에게 가장 먼저 손 내미는 적십자 되겠다”
지난해 11월 취임 3년 임기 활동
의사에서 은성의료재단 회장에
‘의료·나눔·인도주의’ 삶의 궤적
“시민과 함께 따뜻한 부산으로”
“인도주의의 가치는 결국 사람을 향한 책임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은,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구정회 회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취임해 시간으로는 짧은 3개월여이지만 그가 걸어온 인생과 쌓아온 철학, 앞으로의 다짐을 되짚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의료인으로서 생명을 마주해온 시간, 의료재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경험, 그리고 인도주의 단체의 수장으로서 짊어진 책임까지. 그의 이야기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구 회장은 자신을 ‘의사의 길에서 비롯된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경영자’라고 소개했다. 실제 그의 인생 궤적은 의료와 인도주의, 나눔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가 대한적십자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직후다.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의료인의 기본인 생명 존중을 현장에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 때는 대한적십자사 의료지원단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구 회장은 “한순간에 삶의 기반을 잃은 주민들을 마주하며, 재난 앞에서 적십자가 왜 존재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시 적십자와 만난 그는 “과거 경험이 현재와 이어져 있음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삶은 진료실을 넘어 지역사회로 확장됐다. 은성의료재단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현장의 경험에 더해 조직 운영의 책임도 다하고 있다. 은성의료재단은 작은 진료실에서 출발해 현재 3400여 병상, 5300여 명 임직원을 갖춘 대형 의료재단으로 성장했다. 그는 이를 개인의 성취로 여기지 않는다. “재단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지역민이 보내준 신뢰 덕분입니다. 그래서 성장만큼이나 나눔과 환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같은 철학은 그의 실천으로 이어져, 대한적십자사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RCHC)을 비롯해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초록우산 그린노블글럽 등 주요 나눔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구 회장은 “나눔은 가진 사람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의 복지 현실에 대해서도 냉정한 진단을 내놓는다. 부산은 2021년 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노인 독거 가구와 치매 위험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행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핵심은 찾아가는 돌봄입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봉사원과 전문 인력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촘촘한 지원이 가능합니다.”
다문화가정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라는 그는 “다문화 아이들은 결국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초기 정착 단계에서 받는 지원이 이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은 물론 재난과 복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이 문제의식에 녹아 있다.
구 회장은 적십자의 재원 구조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적십자 활동이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고 잘못 알고 계신데 실제 구호와 복지 활동의 상당 부분은 시민 여러분의 기부로 이뤄진다”면서 “참여 방식의 다양화와 투명한 운영을 통해 신뢰를 더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는 77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 토대 위에서 인도주의의 가치가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한편, 현장을 먼저 살피는 회장을 자처하며 봉사원,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가까움’을 강조했다.
“이제는 시민 곁에서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나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이 한 가정을 살리고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킵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는 시민들과 함께 따뜻한 도시, 부산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